콩콩이(1)
임신과 출산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었다.
많은 또래 부부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마음도 양 극단을 향하기도, 때로는 한 마음으로 알아보기도 그러했다.
조금 더 아기를 좋아했던 나의 주장이 있기는 했지만,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여정에서만큼은 나의 혼자 주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약 4년을 만나면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혼을 하던 그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생명은 우리의 주된 주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재밌어야 할 신혼시기에 근무하는 회사 특성 상 3년 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을 어떻게 이겨낼 지가 우선이었고 우리는 시간을 맞춰 때로는 한국에서, 때로는 파견지에서, 때로는 또 다른 국가에서 여행과 신혼을 이어왔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계산해보니 돌아올 때는 서른 여섯이 아니겠는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나이가 만 서른 다섯이 넘어가서 임신을 하게되면 노산이라고 일컫곤 한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이름표에 불과하지만 그 명찰 하나가 붙음으로써 산부인과에서는 추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실제로 평균적인 여성과 남성의 몸이 새 생명 잉태에 최적화에서는 멀어진다고들 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들리는 난임, 유산 등의 소식과 질문, 저런 정보들이 우리에게 약간의 조급함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콩콩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함께 정자, 난자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가끔 만나는 우리의 휴가를 맞춰 시도해보았다. (비뇨기과에서 혼자 단칸방에 갇혀 검사하던 시기는 치욕스러웠지만 생각해보면 두 번에 그쳐 다행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들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관념적으로 몰아부쳤던 걸까, 그 마지막 6개월의 압박이 심했었다. 재회를 하고 본격적인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우리의 마음 한 켠에는 노산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던 건지 준비를 하고 맞춰가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는 왠지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복귀 후 첫 차례는 무심하게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이제 초조해 하지 않기로 하며 오히려 두 번째 시도를 하고는 우리는 훌쩍 도쿄로 떠났다.
우리의 두 번째 일본, 첫 번째 도쿄.
많이 걷고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지지고, 비 오던 도쿄 밤거리와 매일 걸어다니던 그 길이 떠오를 정도로 한껏 즐기고 돌아왔는데, 그렇게 갑자기 콩콩이가 찾아왔다.
5/25일 아침, 자다 깬 나를 깨우던 아내의 들뜨고 놀란 목소리가 선하다.
몇 번을 시도해도 확인하지 못 했던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는 순간 잠이 번쩍 깨며 울컥했다. 아직 확신할 수 없기에 감정이 폭발적으로 뒤따라오지는 않았지만 너를 만나서 울컥하는 많은 순간들 중 처음이 아니었을까.
5/26일 새벽 다섯시 반, 역시나 나를 깨우는 아내의 손길에 일어나보니 오늘도 두 줄이 분명하다.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가장 빠른 주말에 항상 가던 산부인과 예약을 잡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소식을 전하니 아버님께서 지난주 연노란 빛을 띤 뱀 꿈을 꾸셨다는 것이 아닌가.
5/27일 오전, 참을 수 없는 궁금함에 아내가 직장 근처 산부인과를 방문했는데 애기집이 보였다.
0.29cm라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공간으로 자리한 너가 이미 5주 2일이라는 소식에 놀라고, 다행히 착상도 잘 했고 주차에 맞게 크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감을 가지며 2주 뒤에 다시 방문키로 했다.
임신테스트기의 생리 작용에 의한 확인이 아닌 너의 흔적을 보았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넓은 우주 한 켠에 살고 있는 우리처럼, 넓은 엄마 품 한 켠에 자리 잡은 너의 작은 집이 기적만 같았다. 너무 늦지 않게 찾아와주고, 또 건강히 찾아와준 너에게 우리는 그저 고마웠다.
항상 힘든 여정에 곁에 계셨던 하나님께 다시금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릴 수 있던 날이었다.
* 그리고 한 편으로는 너의 갑작스런 찾아옴을 반기면서도 엄마가 참 미안해했다는 것을 너는 알까,
도쿄에서 너무 많이 걸었던 것은 아닐지,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맥주를 어쩌다 먹은 것이 초기의 너에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지, 매일 피로를 풀려고 했던 반신욕과 사우나가 너에게 해가 되진 않을지,
* 마음으로 많이 아파하고 미안해 했던 엄마의 걱정을 무색하게도 잘 커준 너에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