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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연화 Apr 09. 2024

나와는 다른 성향의 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초6학년인 큰 아이는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MBTI로 말하자면 'F'빼고는 다 정반대이다. 난 극'I'이고 아이는 극'E'.  


그래서 어린 시절 참 키우기가 어려웠다. 

마트에서 뛰어다닌 건 예사고, 횡단보도에 드러눕기도 한 일화가 있기에 여느 딸가진 엄마들처럼 아이랑 둘이서 지하철을 타거나 먼 곳을 가야하는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가기만 하면 자꾸 뛰고 도망을 가려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았던 거 같다. 


그 때는 아이가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때를 왜 이렇게 많이 쓰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몰라 그저 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정말 너무 힘들다.. 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이가 너무 과하게 활발하거나 말을 잘 안 들어서가 아니라 엄마와 딸의 성향이 너무 달라 내향형인 내가 외향형 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 이해도의 깊이가 없었을 뿐이라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아이가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교 생활 하는 걸 보게 되면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면서 '아~ 정말 다르다.'란 생각이 자주 든다. 


친정엄마의 말에 의하면 난 어렸을 적에는 순했다고 하고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나이때부터의 나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속상한 일이 많았었다. 특히 여중, 여고를 다니면서 끼리끼리 묶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맘 고생도 많이 했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속상해 하고 사춘기 시절에는 내 스스로 단단하지 못했던 시기여서 친구관계로 울기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얼마 전 친구관계를 고민하는 딸이 예전에 나처럼 맘에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아이는 나와 달랐다. 

상황을 이해하는 크기와 받아들이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넓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 스스로가 꽤나 단단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 있었다. 

잠깐의 고민이 있을지언정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해내가는 아이로 자라나고 있음에 마음이 놓였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봐서 기분이 좋았고 덩달아 다시 '사랑해~, 안아줘~'란 애정표현을 귀찮을 정도로 많이 하는 딸로 다시 돌아와 줘서 기뻤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얌전한 나를 닮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나와 다른 성향의 아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며 나도 이제 홀가분하게 내 할 일을 해야겠다. 

아이가 커 가는 만큼 나도 예전의 나와 달리 다시 커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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