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 당시의 모습을 담은 CCTV 동영상이 얼마전 공개됐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경찰로부터 받은 CCTV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것입니다. 사건 발생 후 다섯 달이 다 돼서야 입니다. 아마 보신 분들은 왜 경찰이 그동안 CCTV 내용 공개를 꺼렸는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사건 현장에서 보여준 경찰들의 행동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비명소리를 듣고 피해자 남편은 뛰어 올라가는데 경찰들은 반대쪽으로 내려가고, 그 후에도 문밖에서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시간을 질질 끌다 피해 가족들이 범인을 제압한 후에야 현장에 들어갑니다. 또 경찰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는 놔두고 범인만 데리고 내려오고, 내려와서도 구급차에 바로 실어보내는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 등 시간을 계속 지체합니다.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들이 맞나 묻지 않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웃간에 칼부림이 날 정도로 불화가 심했는데도 왜 그대로 방치했는지, 사건 당일 대응은 왜 또 그렇게 한심했는지, 사후 처리는 왜 그렇게 피해자 가족들을 분노케하는지 등 곳곳이 미스터리입니다. 이 사건이 층간소음 분쟁이라고 해서 계속 팔로업해 왔는데, 제 결론은 경찰이나 언론사들이 내놓은 것과 좀 다릅니다.
1. 우선 이 사건은 층간소음 분쟁 사건이 아닙니다.
층간소음은 윗층 소음때문에 아래층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 사건은 거꾸로 위층 주민(403호)이 아래층(304호)가족을 칼로 위해한 사건입니다. 단순한 층간소음 분쟁으로 보기에 너무 이상합니다. 또 가해 남성은 작년 9월에 이사오자마자 지속적으로 아래층 가족을 괴롭혔다고 하는군요. 단순한 층간소음 분쟁이 아니라, 계획된 살인 미수 사건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정황은 아마 재판과정에서 더 나올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해자는 4층 남자뿐 만이 아닙니다.
칼을 휘둘러 아래층 가족을 해한 것은 4층 남자가 맞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은 경찰입니다. 공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층 가족은 4층 남자의 지속적인 폭력과 위협, 성희롱 발언 때문에 사고당일 전에도 몇차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경찰은 층간소음 분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건처리를 미뤘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만 해도 두 차례 신고했는데, 첫번째 신고때 이미 경찰은 가해자인 4층 남자가 피해자 집에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침입하려고 시도했고, 가해자가 손에 상처를 입은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단순 층간소음 분쟁이 아니라 계획된 살인미수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적지 않습니다. 그때라도 경찰이 가해자를 데려가 조사했더라면 이런 비극적 사태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사고 당일 두번째 신고를 받고 온 경찰 두명이 어떻게 사고 현장에서 도망가고, 엉터리도 대응하고, 수습을 했는지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경찰도 가해자"라고 하는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 무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 입니다.
1. 절대 경찰을 믿어서는 안됩니다. 호신 기구를 하나씩 장만하세요.
아무리 갖 수습을 마친 애송이 경찰이라지만 칼부림 살인 현장에서 도망간 것은 용서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행위입니다. 경찰이 사건 직후 경찰들의 어처구니 없는 대응행태를 은폐하기 위해 피해가족을 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 경찰들을 파면이 아니라 해임을 한 것도 이해 불가이고, 피해자 가족을 협박한 경찰을 인사 조치하지 않은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입니다. 혹시 모를 유사시를 대비해서 경호용 테이저건이나 호신용 기구를 하나씩 사둘 것을 권고드립니다.
2. 신고할때는 절대 층간소음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해서는 안됩니다.
층간소음이든, 이웃의 위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할 때는 절대 이유를 층간소음 때문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사건 당일 아침 4층 가해자가 아침부터 난동을 부리자, 3층 피해자의 딸은 위층 소음때문이라고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층간소음은 자신들 업무가 아니라며 이웃끼리 잘 화해하고 합의하라며 돌아가려 했다는군요. 이에 따라 살려달라며 그제서야 경찰은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혐의로 고소 의사를 물은 후 4층가해자에게 경찰서에 출석하라고 통보하고 갔다고 합니다. 층간소음엔 내 일이 아니라던 경찰이 불안감 조성엔 그나마 뭐라도 표시라도 낸 것입니다.
그렇게 했어도 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 층간소음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겁니다. 분명히 자신들 업무가 아니라고 내뺄게 분명하니까요.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들을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부실 대처로 온 가족이 식물인간 또는 취업불능이 됐는데도 약소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경찰이 너무 많다고 기각신청을 했다는데 기가찰 뿐 입니다. 상식적이고,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