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라 해서 미안해”

투자 실패로 이혼 위기에 몰린 부부 사연을 듣고

by 이리천


요즘 투자에 실패해 괴로운 분들이 많습니다. 만났다 하면 주식 얘기하던 분들도 요즘 조용합니다. 실적이 시원찮아서입니다. 제대로 '콱 물려서' 비자발적 장투(장기투자)에 들어갔다는 분들도 있고, 빚내서 들어갔다가 공황 상태인 주린이들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것처럼 심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네**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브라운스톤(우석)’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시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초보자를 위한 투자 정석’(2021) ‘부의 인문학’(2019) ‘부의 본능’(2018) ‘남에게 가르쳐주기 싫은 주식 투자법’(2006) ‘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2004)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주식 투자로 성공한 50억 원 이상 자산가입니다. 그의 글은 실전 경험에서 나온 풍부한 지식과 명쾌한 안목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 분이 최근 올려놓은 게시물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우리 브런치 펠로우들 중에서도 저처럼 공감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사연을 공유하려 합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우석님.

저는 결혼 *연차 아내입니다. 몇 달 전에 남편이 저 몰래 4억을 빚지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저희 부부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빚 4억 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절 원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남편은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주식 공부도 해야 이 시대에 벼락 거지를 면할 수 있다고, 성실히 회사 생활하는 남편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남편이 똑똑하기에 조금만 주식 공부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저를 탓하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비겁하다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본인은 얼마나 괴로울까 싶은 마음에 측은하기도 하고 모든 게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우석님, 이 위기의 우리 부부 회복 가능할까요?


<답변>


주식 투자의 실패를 투자를 권유한 아내 탓으로 돌리며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편 분의 진짜 속마음도 헤아려 볼 필요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남편은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세상 모든 가장은 최소한 자기 집에선 무엇보다 아내로부터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설령 자신이 객관적으로 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내에겐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님의 남편 분은 주식투자 실패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님의 남편은 아내를 실망시키는 무능하고 못난 남편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움 속에서 떨며 살아왔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회복되어서 악몽이 해결되기를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살아왔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빚진 것을 숨긴 것은 아내에게 자신의 실패와 무능을 자인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게 된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 모든 불행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아내 탓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거죠.



그런데 님의 남편이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잘못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행동할까요? 무능한 남편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억지 부리는 남편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남편들은 아내에게 무능해 보이기를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아내가 투자 성공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컸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더 님 남편처럼 억지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아보니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 게 돈입니다. 제가 살아보니 진짜 그렇습니다. 투자 실패로 부부가 인연을 끊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님이 남편에게 먼저 이렇게 말해보세요.

내가 주식 투자하라고 권유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내 진심은 당신을 힘들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우리 부부가 함께 잘 살기를 원해서 내가 그랬던 것이야. 당신이 스트레스받았다면 미안해. 그런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어. 그동안 빚이 있단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고 고민했을 당신에게 미안해. 그동안 마음 한편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힘들게 살았을 것 생각하니 내가 미안해. 빚이 있어도 난 괜찮아. 우린 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어쩌면 이번의 실패가 큰 보약이 될 수 있어. 난 당신이 건강하고 내 곁에 있어 주기만 바래. 당신은 다음번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번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돈 걱정 너무 하지 마."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님 부부가 이제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4억 원이 엄청 난 빚처럼 느껴지지만 살다 보면 님 부부는 훨씬 더 많은 부를 얻게 될 겁니다. 저도 돈 없던 젊은 시절에 주식투자로 7000만 원을 날렸을 때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러나 지금은 얼마 전에 KT 통신 장애로 하루에 1억 원 손실을 봤는데도 잠이 잘 옵디다. 님 부부도 사시다 보면 저처럼 그렇게 되는 날이 반드시 분명히 옵니다.


지금은 사회 초년생이고 가진 게 별로 없어 4억 원이 크게 느껴지지만 인생을 길게 사시다 보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모르겠지만 투자 실패 때문이라면 이혼하지 마세요. 4억 원의 빚 월급으로 천천히 갚아 나가시면 됩니다. 이번 실패로 교훈을 얻으셨다면 다 잃은 게 아닙니다. 직장이 있고 건강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장미를 얻으려다 가시에 찔린 것뿐이에요. 길가다 잠시 넘어진 것뿐이에요. 툭툭 털고 다시 가던 길 가시면 됩니다. 저도 예전에 투자로 한방에 10억을 잃고 상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돈이야 또 벌면 되고 건강만 안 잃으면 돼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되고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 말에 자책하지 않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님도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예기치 않은 큰 투자 실패로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자책하고 있고 또 무능한 가장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편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세요. 그러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끝>



우석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투자처럼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없습니다. 오를 듯하다 떨어지고 포기하면 오르고. 그래서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매달려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물려서 속 쓰려하거나 좌절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럴 때 서로 다독이고 보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래도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지금 단군 이래 가장 번영되고 평화로운 시기를 살고 있고, 미래는 더 밝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저희 세대(50대) 보다 훨씬 더 잘 살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 지금은 산업화 사회 끝물이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10위 안팎입니다. 그러나 10~20년 후, 한 세 대 후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이제 막 발동을 걸기 시작한 K컬처, K바이오, K-IT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 정보 산업이 전 세계를 휩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삼성 현대차가 제조업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한국에 안겨줄 가능성입니다. 때문에 불안하고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빚내서 투자한 게 아니라면 느긋히 하던 일 계속하면서 투자한 사실 조차 잊으셔도 됩니다. 그러다 은퇴할 시점에 계좌를 까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게 제 결론입니다. 위로가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반박할 논리가 한가득 이 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힘들더라도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우석님의 말씀처럼 서로 위로하고 챙겨 주면서 어려움을 이겨 나갔으면 합니다. 브런치 펠로우 여러분의 성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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