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편지 그녀' 거기 있었다

15년 만의 사죄편지와 배상금 후일담

by 이리천


오늘은 ‘15년 만의 사죄편지’ 후속 편을 쓰려합니다.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2877e99751154fc/24

['사과'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언어인 이유①... 15년 만에 변상금과 함께 보낸 사과편지]


궁금했습니다. 사과 편지를 보낸 소녀와 가게 아주머니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혹시 그 후로 만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죄 편지는 없었는지, 그 일이 세상이 알려진 이 후 벌어진 일은 없는지 등등.


알음알음 연락처를 받아 그다음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벌써 4년 전 얘기여서 기사를 쓴 기자도, 주인공인 가게 아주머니도 기억이 가물하다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야기는 거기서 더 진척된 게 없었습니다.




다만 가게 아주머니는 두 가지를 새로 얘기했습니다. 그 편지가 어떻게 자신에게 전달됐고, 그 편지 얘기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지.


1. 아주머니가 편지와 돈을 받은 것은 저녁 무렵이라고 합니다. 우편 배달부가 동네를 지나간 후엔 없던 편지가 저녁에 돌아오니 우체통에 있었다고 합니다. 발신자 없는 편지 봉투. 누가 직접 넣은 것입니다.

편지와 돈을 넣은 봉투를 들고 15년 전 소녀는 동네를 둘러보고, 가게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가게를 아직 그때 아주머니가 하는 것도 확인하고 우체통에 사죄 편지를 넣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떨렸을까요. 혹시나 들킬까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주머니가 집을 비우는 것을 먼발치에서 확인하고 넣었을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참 마음씨가 고운 얘인 거 같아요. 그렇게 가게서 과자를 훔쳐가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끝까지 잊지 않고 사죄 편지를 보낸 것은 그 얘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도 없었고요.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지만 이제 다 잊고, 편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2. 사죄 편지 얘기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지도 궁금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언론사에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는 동생과 얘기를 하다가 문뜩 편지 얘길 했고, 그 동생이 또 아는 사람을 통해 언론사에 제보를 했다는군요. 사진은 아주머니가 직접 찍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렇게 발 없는 말을 타고 세상에 퍼져 나갔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취재가 나오고, 한 때 동네가 떠들썩했지만 그 후로는 다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그 후로 가게를 접었고, 다른 사죄편지도, 더 찾는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제 노모를 모시고, 소일하면서 조용히 사신다고 하시는군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펠로우들의 글을 많이 읽게 됐습니다.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어려운 생활을 견디시는 분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고,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좋은 일후에 나쁜 일도 있고, 죽을 것 같다가도 다시 살맛 나는 일이 생기는 게 우리 인생 아닐까요.

힘든 세상 사는데 위로가 되는 얘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얘기들을 펠로우들끼리 많이 공유했으면 합니다.


가게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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