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때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사과할때 반드시 피해야 할 표현 8가지

by 이리천

며칠간 집사람에게 사과한다 한다 했는데 결국 못했습니다. 우연찮게 제가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쓴 글을 아내가 먼저 읽고 저에게 사과를 다그쳤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그렇습니다. 먼저 하려던 것도 하라면 못합니다. 아니, 하기 싫어집니다. 이상하지요. 5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애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거도 핑계입니다. 절실하면 하게 되지요. 아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어쨌든 집사람에게 꼭 사과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여윳돈으로만 한다고 했다가 살림 통장에 손을 댔습니다. 아내가 이를 알아채고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곧 이사 가야 하는데 그 돈에 손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런 돈을 몰래 빼 쓰고 어떻게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느냐”라고 길길이 뛰었습니다. 사과할 일인데도 사과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내가 혼자 빵 사 먹으려고 그랬겠느냐” “작은 애 유학자금 마련하려고 그랬다”라며 되레 큰소리를 쳤습니다.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아마 들킨 게 창피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 낼 일이 아닌 줄 알면서, 그냥 자초지종 사실을 얘기하면 되는데도 왜 버티고 되레 화내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쫌생이일까요. ㅠㅠ.) 아무튼 그거부터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기회를 놓쳤습니다. 아내가 나중에 이 글을 볼 테니 이 기회를 빌어 먼저 사과하고 싶네요. “먼저 상의하지 않고 돈 빼 쓴 거 미안해.”


얘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사과를 못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막상 사과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생각하다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래서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뒤져봤습니다.


[사과의 공식](커뮤니케이션북스. 이현우 저)

[쿨하게 사과하라](에크로스. 김호·정재승 저)

[사죄 없는 사과 사회](미래의 창. 숀 오마라 저)

[사과 솔루션](지안출판사. 아론 라자르 저)


이런 책들을 읽었습니다. 예상외로 사과 관련 책이 많지 않았습니다.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절판돼서 중고서점을 뒤져야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선 사과라는 주제는 인기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쨌든 독자들이 이 쫌생이 50대처럼 사과하려다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들이 소개한 효과적인 사과 방법(비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사과할 때 절대, 네버, 반드시, 앱쏠루틀리 써서는 안 되는 표현들입니다.


①그렇지만~~~: 가장 나쁜 경우입니다. 사과하면 그만입니다. 뒤에 토를 달 이유가 없습니다. 토 달면 속좁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러나 뒤에는 다 변명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사과받는 사람도 기분이 나쁩니다. 쿨하게 사과했으면 그걸로 끝내세요. 구질구질하게 토 달지 마세요.


②만약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 사과하면서 웬 가정을 하나요. 사과할 만한 일이 있어 사과하는 것 아닌가요. 사과할 일 아닌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네가 그렇게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닌데 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런 사과는 끝까지 자기 자존심을 세우는 행위입니다. 그런 식으로 사과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사과한다면 일단 자존심을 버리세요.


③“그래 알았어. 다 내가 잘못했어” : 다 잘못하긴 뭘 다 잘못했다는 건가요. 그 말은 잘못한 게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사과할 때는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정확히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과받는 쪽에서도 사과하는 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은 ‘내가 너보다 더 도량이 넓어. 그래서 잘못한 게 없지만 져주는 거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소리를 듣고도 기분 좋을 상대방이 있을까요. 사과하고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절대 하지 마세요.


④“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간 일이 어찌 됐든” :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히 잘못한 사실을 적시하고 사과하면 그만입니다. 사과받는 입장에서는 이유를 듣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유와 과정을 생략한 채 무턱대고 사과하는 것은 “내가 사과할 테니 너는 사과를 받으라”

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쌍방 교감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입니다. 이런 식의 사과는 ‘사과를 한 사람은 있는데 사과받은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를 낳게 됩니다.


⑤“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립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과하는 경우입니다. 역시 ‘내가 져 줄 테니 웬만하면 이쯤에서 문제를 덮자’는 무언의 압박입니다. 사과를 해도 역효과를 내는 경우입니다.


⑥“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는 본의든, 아니면 타의든 피해본 상황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 역시 ‘고의가 아니니 너도 웬만하면 문제 삼지 말라’고 상대방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표현중 하나입니다.


⑦유감이다, 통감한다 등등 : 지금이 조선시대인가요. 죄송하고 미안하면 되지 무슨 유감이고 통감인가요. 일본인들이 식민시대를 사과하면서 ‘통석의 념’ 어쩌고 하면서 애매하게 둘러칠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과하면서도 교묘하게 사과를 피한다는 느낌. 사과하면서도 사과하지 않는 느낌을 유지하려는 고집. 자신을 내려놓지 않는 사과는 하나마나입니다. 사과하고 싶다면 이러저러해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죄합니다”라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⑧ “사과할 의향이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최근 써서 공분을 일으켰던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때 쓰는 말입니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지만 원하면 해줄게'라는 식입니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 같은 레벨에 있거나 윗사람에게 쓰는 표현이 결코 아닙니다. 지극히 상대를 하대하는, 고압적인 말투입니다. 사과를 하고도 역효과를 내기에 딱입니다.


이상이 사과할 때 절대 써서는 안 되는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만 안 쓰면 되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사과문에 넣어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뒤늦게 인생사와 사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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