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치르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떤 친구가 그러더군요. '한국에선 국민 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라고. 웃을 수 없는 일인데 웃었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기에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어찌 보면 한심한 것 같아서 말이죠. 국민 하기 힘들다니. 자기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아 힘들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자기 생각과 맞아야만 세상이 살 만하다는 말인가요.
그런 한심한 소리가 또 있습니다. 선거에서 진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얘기들입니다. 일부는 선거에서 진 이유를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만하면 잘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지 않게 합니다.
선거에서 진 것은 진 것입니다. 100만 표 차로 질 것을 25만 표 차로 졌으니 잘한 것 아니냐는 얘기는 도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얘기일까요. 그것도 집권초 84% 지지율을 얻던 정부입니다. 5년 만에 그 지지율 다 까먹고 정권을 내줬는데 그래도 잘했다니.. 이게 시쳇말로 말인가요 밥인가요. 더구나 그런 얘기들을 당 리더들이, 핵심 지지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니까, 그래도 같은 민주당이니까, 그래도 우리 동지니까. 그런 끼리끼리 의식에, 철 지난 진영 의식에 유권자 절반이 진저리를 치고 등을 돌린 겁니다. 조국의 자녀 입시 비리에도, 성폭행 서울시청 직원에 대한 2차 가해에도, 부동산 폭등 문제에도, 대장동 문제에도 다 그런 식으로 사과와 반성없이 네 편 내편 갈라치기로 일관하다 민심을 다 잃은 겁니다.
그걸 모르는 것은 민주당과 청와대, 김어준 같은 언론을 빙자한 정치 모리배들 밖에 없습니다. 선거 막판까지 뭐가 핵심인지도 모르고 계속 '그래도 우리 편이 이겨야 한다'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유권자들이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는 묻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내가 살만한 세상에만, 우리가 살만한 세상에만, 우리 끼리끼리 살만한 세상에만 매몰돼 있었던 겁니다.
상대가 만드는 세상은 절대 안 되고 내가 만드는 세상만이 옳다는 그런 의식 구조로는, 87년식 투쟁만 생각하는 화석화된 뇌 구조로는,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는 역사 의식으로는 유권자들이 뭘 원하는지 이해할 수도, 이해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지요. 야당이 그걸 묻겠다며 36살짜리 '0선' 당 대표를 뽑을 때, 정권교체를 외치는 정치경험 '제로'의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때 민주당이 뭘 했는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부터 할 일입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남은 길은 하나입니다. 멸종입니다.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하고,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도, 여당이 된 국민의 힘을 위해서도,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도 도리입니다. 또 하나. "다 내가 부족했다"라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내가 이런 이런 점을 잘못했다, 그래서 반성한다. 앞으로 이렇게 바꾸고 고치겠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발전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 반성 없이 "그래도 우리니까 이 정도 한 거야"하는 한심한 의식구조라면 빨리 짐 싸서, 집으로, 고향 앞으로 하는 게 정답입니다. 그런 역사 의식도, 윤리 의식도, 정치 의식도 없는 뇌 구조들이라면 더 이상 정치한답시고 민폐 끼치지 말고 집에 가서 빈대떡 부쳐 먹으며 배 두드리고 사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입니다.
자기가 살기 불편한 세상이 왔다고 살기 힘들다고 할 게 아니라, 그 세상을 왜 못 만들었는지, 그런 세상을 왜 많은 유권자들이 반대했는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성찰해야 합니다. 그런 진정한 사과와 반성에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용기라도 가졌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