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또 사과했습니다. 공무원 갑질과 공금 횡령 의혹으로 여론이 빗발치자 지난 2일에 이어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과하는 것은 분명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진심이 담겨야 하고, 왜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지 메시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사과는 '역효과'만 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혜경 씨 사과는 지난해말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사과와 여러 면에 비교됩니다. 왜 그런지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지적이 있어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번 대선에서 진작 기권했습니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사과에 대해서만 기술적인 면에서, 왜 문제가 되는지 보려합니다.)
결론부터 말해 김혜경 씨 사과 점수는 평균 이하입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누구에게 왜 무엇을 사과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당장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뭘 사과했느냐”라고 묻고 있습니다. 때문에 메아리 없는 외침처럼 들립니다.
왜 그럴까요. 김혜경 씨가 두 번씩이나 공식 사과한 배경은 다 아실 겁니다. 공무원 시중 논란부터 시작해서 법인카드 유용, 관용차 사적 사용, 약 대리 처방 등 여러 가지 실정법 위반 의혹 때문입니다. 공직자 부인, 그것도 대선 후보 부인에게 있어서는 안 될 불법 행위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고 그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러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합니다. "공사 구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고 반성하는데 의혹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법인카드 유용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선거후라도 책임지겠다”라고 답합니다. 고개는 숙였는데 무엇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수사가 끝났고, 선거가 끝나고 다시 보자는 얘기입니다.
김건희 씨가 지난해말 자신과 관련돼 제기된 학력 위조 및 허위기재 관련 의혹들에 대해 14장짜리 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배포한 것과 다릅니다. 김건희 씨는 11개 의혹 중 7개 의혹에 대해 잘못 기재되거나 허위 과장 기재된게 맞다고 사과했습니다. 그 후 김건희 씨 논란은 수면 밑으로 사그라들었습니다.
김혜경 씨 경우는 뭘 사과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후한 평가를 내리기가 그렇습니다. 더구나 사과를 하면서도 여전히 그 책임 관계를 모호하게 돌립니다. 측근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계속합니다.
“(제보자) A 씨는 제가 (경기) 도에 처음 왔을 때 배 씨가 소개해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전부다. 그 이후 소통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
“배모 사무관은 오랜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입니다.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사와 감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으나 법적으로는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논리입니다. 이쯤 되면 왜 본인이 사과하러 나왔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사과가 아니라 변명에 가깝습니다.
성남시장 부인으로, 경기도지사 부인으로 10년 넘게 있었던 분이 공무원으로부터 의전과 도움을 받으면서 어디서 돈이 나오고, 그게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모른채 그저 주는대로 받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입니다. 하물며 작은 회사에서도 선물을 받거나 법인카드 쓸 때는 감사에 걸릴까봐 벌벌 떠는 게 갑남을녀, 장삼이사들의 생활입니다.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으니 이해해 달라니 납득은 안되고, 의혹은 계속 커지기만 합니다.
타이밍도 문제입니다.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가 공무원 시중 논란을 보도한 후 12일 만입니다. 그동안 김혜경 씨 관련 의혹들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진작에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밝히고 책임 관계를 분명히 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진정성과 타이밍에서 점수를 잃으니 사과문 발표 후 질문을 받았다거나, 고개를 세 번 숙였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득점은 무의미합니다.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 뒤치락입니다. 국민들은 보고 있습니다. 누가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인지. 이 후보의 중도 지지층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사과나 눈물 같은 임기응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의혹이 있으면 진정성 있게 털고 가야 점수를 딸 수 있습니다. 대충 뭉개고 가기엔 세상이 녹록치 않습니다. 이 후보 부부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