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았는데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사과할 마음이 정녕 있어서 그런 건지, 타이밍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돼서 그런 건지. 사과를 받으면서도 화가 더 많이 났어요.”
한 분이 사과와 관련해 이런 댓글을 남기셨어요. 댓글을 보면서 한참 생각해봤습니다. 그동안 사과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만 썼지, 사과를 받는 입장에 대해선 생각을 못해봤구나. 사과를 받았는데 찜찜할 때,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화두였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사과를 받았는데 사과받은 것 같지 않은 불쾌한 기분. 사과받을 준비도 안돼 있고, 용서할 마음도 없는데 상대가 일방적으로 사과한 후 사과받기를 강요할 때 그렇습니다. 또 사과하는 게 본인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 같을 때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가서야 마지못해 사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라는 음식을 땅바닥에 툭 던져놓고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죠. ‘2차 가해’입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주위 몇 분에게 여쭤 보기도 하고 인터넷과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해법을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봤습니다.
1. “제대로 사과하라” 당차게 요구하기
문미정 님(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은 2020년 한겨레신문 기고에서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라고 말합니다. 사과하지 않거나, 사과는 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닐 때는 당당하게 “제대로 사과하라”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해도 부담이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2. 사과 요구 ‘쿠션 치기’
그러나 직접 그런 말을 하기 어렵다면 ‘쿠션을 치는’ 방법도 있을 거 같습니다. 예컨대 상대와 친한 사람이나, 지인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에게 제대로 사과하도록 ‘넛지’하는 방법입니다. 상대가 그럴 만한 품성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 방법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사과 주고받기
<직장 내공> <네덜란드 이야기>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테르담님은 브런치에 올린 글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는 아주 쉬운 방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사과 주고받기인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상대에게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사과를 요구하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멘트와 사과가 필요한 '대의명분'을 제시하면서 먼저 사과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사과할 마음이 없는 상대를 공감과 사과의 스테이지로 올라오게끔 유도하는 전략이지요. 저런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직장생활을 한다면 성공할수 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해봤습니다.
4. 사과에서 벗어나기
제가 가장 공감한 솔루션은 법륜스님의 설법입니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한때 어떤 일로 모진 고문을 당했는데 그때 그 고문자들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번뜩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게 됐다는군요.
“저 사람들은 나를 죽이자는 게 아닌데 나는 훨씬 더 독한 생각을 하는구나”
그리고 쉬는 시간에 그들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 딸 시험 얘기나 가족 얘기를 하는데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자신을 고문하지만 보통의 직장인일 뿐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그렇게 그 사람들 편에서 생각해보니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분노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법륜스님은 미움이나 분노의 원인이 자기가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합니다. '내가 옳고 맞은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라는 생각. 그러나 일단 상대 입장에서 문제를 보면 완전히 다른 각도로 상황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용서와 미래. 법륜 스님은 “용기가 없어서 참는 게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기에 재앙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참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과거 일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길 권합니다. 제대로 사과받지 못해서 분한 마음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더 ‘중한’ 일을 생각해 보자는 거지요.
https://hopeplanner.tistory.com/108?category=136457
사과 참 어렵습니다. 하기도 어렵고 받기도 힘듭니다. 핵심은 ‘교감’입니다. 일방적 사과도, 일방적 용서도 있을 수 없겠지요.
사과하려면 일단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습니다.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도 상대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의 말과 자세, 의도 등에 얽매이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않으면 절대 용서할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사과라는 올무에 묶고 맙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법륜스님 말씀과 같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냥 사과를 주고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면 어떨까하는. 지나고 보면 다 그렇게 대단히 분노할 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혼자 쓴 웃음을 짓게 되는게 우리 범부들의 일생이지 않을까요.
댓글 주신 토토포님께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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