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비극으로 온 나라가 몸살입니다. 층간소음 분쟁 때문에 이웃 간의 보복소음과 주먹다짐은 물론이고, 인분 뿌리기, 무기 위협,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쌍욕은 기본이고,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험악한 말도 서슴없이 나옵니다. 아수라가 따로 없습니다. 아파트 거래 때 층간소음이 체크순위 0순위 가 된 지 오래고, 시중에선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목록까지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에 사과와 용서, 화해 등으로 해결될 단계를 지났습니다. 뭔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중 제일 먼저 바꿔야 할게 아파트 건설입니다. 대충 눈가림으로 지어놓고 층간소음 없다고 과장 광고하는 행위부터 엄벌해야 합니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 2(바닥구조)에 따르면, 공동주택 슬래브 최소 두께는 벽식·무량판구조는 210mm, 기둥식 구조는 150mm입니다. 층간 바닥 충격음이 경량일 때는 58 데시벨 이하, 중량일 때는 50 데시벨 이하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지키는 건설사가 없습니다. 2019년 감사원이 공공아파트 22개(126가구)와 민간아파트 6개(65가구) 총 28개 아파트, 191가구를 뽑아 조사해보니 전체의 96%(184가구)의 '층간소음 차단 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등급(1~3등급)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60%(114가구)는 최저 층간소음 기준(4등급)에도 못 미치게 나왔습니다. 특히 민간아파트 65가구는 모두 사전 인증등급 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결국 사전 인가 때와 다르게 싼 자재를 사용하고, 시공도 다르게 해서 층간 소음 기준에 미달하는 아파트를 지은 겁니다. 정부와 소비자를 속이고 사기 분양한 셈이죠. 정부와 서울시가 하는 LH와 SH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제대로 지어도 될까 말까인데 처음부터 엉터리로 지어 놓으니 층간 소음 문제가 끊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매트리스를 깔고, 까치발로 걸어도, 아래층에 미안하다고 빌어도,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아래층에 층간소음 '입막음용'으로 상품권까지 주는 일이 있다는 군요. 요지경입니다.
해결책이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적어도 세 가지는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층간소음이 적은 기둥식 구조로 아파트를 짓던지, 슬래브 두께와 차음재를 더 넣던지, 아니면 정부라도 제대로 사후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기둥식 아파트 지어야
아파트 구조는 벽식과 기둥식으로 구분되는데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으로 지어집니다. 기둥식보다 짓기 빠르고 건설 비용이 싸고, 내부 공간이 크게 나오기 때문이죠. 문제는 층간 소음입니다. 기둥 없이 벽을 쌓아 건물을 올리다 보니 충격음 전달이 심합니다. 속이 빈 네모난 상자를 두드리면 진동이 증폭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벽식으로 지으면 시공비가 기둥식보다 전용면적 85㎡(32평) 기준으로 최소 500만 원 덜 든다고 합니다. 그만큼 더 쓰고 분양비를 높게 받으면 안 될까요. 층간소음이 적다고 하면 소비자들도 그 정도는 감내하지 않을까요.
2. 바닥재 등 두껍고 충분히 깔아야
전문가들은 벽식으로 짓더라도 바닥 슬래브 두께 등만 충분히 두껍게 해도 층간소음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토지주택연구원의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저감 설계ㆍ시공 제어 요인 분석 연구’ 자료에 따르면 슬래브 두께를 30㎜ 더 할 때마다 소음이 1.5 데시벨 줄었다고 합니다. 차음재로 쓰이는 압축 스티로폼이나 고무판, 마감 모르타르, 장판 마루 등 마감재 등만 제대로 깔아도 층간 소음 저감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감사원 등의 지적이 있은 후 건설사들이 슬래브 두께를 좀 더 두껍게 하고 있다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차상곤 아파트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에서 건설사들이 슬래드 두께 기준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고성능 흡음재를 사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3. 사후 인증제도로 바꿔야
현재 바닥 기준은 사전에 인증하는 시스템입니다. 건설사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하면 정부가 사전에 인정해주고 끝납니다. 그럴게 아니라 다 짓고 난 후 충격 소음을 테스트해서 기준 미달이면 분양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합리적인 대안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사후 인증제로 바꾸지 않으려면 감리제도를 강화하거나, 아예 층간소음 기준 자체를 더 높이거나 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엉터리 층간소음 아파트가 판매되는대도 정부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아파트 주민들만 서로 아웅다웅 층간소음 지옥에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