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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천 Dec 20. 2021

가수 성시경씨의 ‘층간소음 대리사과'에 대해

    

지인이 어제 가수 성시경씨 관련 기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성씨가 층간소음에 대해 아래층 이웃에게 사과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하신 분들은 다 아실만한 뻔한 스토리입니다. 아래층 주민이 성씨의 소음에 몇차례 항의해도 소용이 없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성씨가 곧바로 장문의 사과 편지와 함께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는 겁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895858?cds=news_my

[성시경, 층간소음 사과 "피해이웃에 죄송, 더 조심하겠다"[전문]]     


제가 기사에서 주목한 대목은 네 가지입니다. 대리 사과과 온라인 커뮤니티, 유엔 빌리지, 그리고 슬리퍼. 왜 그런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①대리 사과


성씨 아래층 이웃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성씨는 올초 이사후 발망치, 음악소리 등 다양한 소음을 낸 모양입니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하니 매니저가 케이크를 들고 와서 사과했다는 군요. '대리 사과'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맨 먼저 걸렸습니다. 성씨는 유명 가수입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겠지요. 유엔 빌리지에 사는 것으로 보아 아래층 이웃도 만만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경우를 떠나서라도 사과는 직접와서 하는 게 맞습니다. 사과의 핵심은 진정성과 타이밍, 그리고 누가 하느냐입니다. 화자에 따라 사과의 효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습니다. 얼굴 좀 알려진 연예인이라고 매니저를 보내 대리 사과라고? 아래층 주민의 화를 돋궜을 가능성이 큽니다.      


https://brunch.co.kr/@2877e99751154fc/7

[대충 하면 되지?... 놉, 사과는 과학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래층 이웃은 성씨가 계속되는 항의에 인터폰도 끄고, 항의 방문도 무시하니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정을 폭로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우선 아래층 주민에게 층간 소음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폭로 외에는 없었을 가능성입니다. 유엔 빌리지에는 700~800세대가 단독 또는 빌라 형태 건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곳도 층간소음이 있었을텐데, 관리자에게 항의하는 것 외에 호소할 방법이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파트 단지내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300가구 이상 단지가 대상입니다. 한 건물당 많아야 10여 가구가 사는 고급 빌라이니 만큼 그런 조직이 있을리 없습니다. 때문에 선택 가능한 옵션은 많아야 두 가지. 즉, 경찰 신고나 아니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문의하는 정도였을 겁니다.     


https://brunch.co.kr/@2877e99751154fc/33

[살인 유발 ‘층간소음’ 5단계 대응법]     


아니면 처음부터 아래층 주민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을 가능성입니다. 성씨는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공론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고, 곧바로 가해자가 누군지를 암시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을 가능성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하는 작전은 성공입니다. 아래층 주민은 글을 올린 후 이틀만에 '읍소 사죄’를 받게 됩니다.       


유엔 빌리지


세 번째 포인트는 유엔 빌리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엔 빌리지는 '한국의 비버리힐스'로 불리는 한국내 대표 부촌입니다. 한남동 노란자 땅에 700~800세대도 안되는 인구가 단독, 또는 빌라 형태 빌딩에 모여 삽니다. 대표적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돈이 몰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일가를 포함해 수많은 재계 총수들과 정치인 연예인들이 이곳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건물 매매 가격도 평당 2000만원이 넘어간 지 오래고, 월세만 최소 1000만원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고급 주택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도 층간소음이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씨를 암시하는 층간소음 폭로글이 올라오자 성씨 소속 기획사는 이렇게 입장문을 냅니다.      


 "성시경이 살고 있는 빌라가 오래된 건물이다. 벽 두께도 얇아 어느 집 할 것 없이 소음 문제가 심하다. 성시경도 층간소음 피해자다. 더는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싶지 않다. 곧 이사갈 계획이다."     


 그 비싼 집들도 벽 두께가 얇고 어느 집 할 것 없이 소음 문제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유엔 빌리지같은 고급 주택에서도 문제가 이렇다면 도대체 층간소음 없는, 소음으로부터 안전한 조용한 공동주택이란 없는 걸까요.     


④슬리퍼   


 성씨는 추후 입장문을 내고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갈 계획이 없고, 아래층 이웃에게 직접 사과로 문제를 풀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조심하겠다. 의자 끄는 소리 안 나게 소음 방지 패드도 달고, 평생 처음 슬리퍼도 신고, 거의 앞꿈치로만 걷고, 생활도 거의 2층(주거지가 복층 구조임)에서만 하려고 노력한다. 함께 쓰는 공동주택이니 이웃을 생각하며 서로 배려하고 당연히 더욱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짜 더 신경 쓰고 조심하겠다. 이웃 분께 제일 죄송하고 팬 분들께도 미안하다.”


 성씨는 ‘평생 처음’으로 슬리퍼를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가 전에 살던 주택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입니다. 역시 고급 아파트입니다. 거기서 2016년부터 살았는데, 그 때는 층간소음 문제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때도 발망치 걸음이나 음악 소음이 똑같았을텐데 말이죠. 아니면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슬리퍼를 신었다고 얘기했을까요.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발걸음으로 인한 층간소음엔 슬리퍼 만한 해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슬리퍼를 신으면 질질 끌게 되기 때문에 발망치 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어쨌거나 성씨의 '처음'이라는 말이 제 일도 아닌데 웬지 거슬리고, 신경 쓰이는군요. 

 



 성씨 말고도 층간소음 관련으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은 많습니다. 그 때마다 화제가 되고, 사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 연예인들 뿐이겠습니까. 아무리 조심하고 경계해도 공동주택에 사는 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 층간소음입니다. 그 때문에 벌어지는 이웃간 분쟁과 주먹다짐, 칼부림, 살인 등이 이제 일상화되다 시피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제 더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방치할 수준을 넘었습니다. 공동주택 건축기준 개선부터 사후 검증,  주거 매너 교육 강화, 분쟁조정시스템 보강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때입니다. 왜 다른 것은 서로 하겠다고 하는데 층간소음 문제는 신경쓰는 사람이 이렇게 적은지 모르겠습니다. 답답합니다.       



성시경씨의 원만한 이웃관계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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