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천 Jan 03. 2022

'층간소음' 최고 해법은...귀트임 vs 안면 트기

가장 쉽고 확실한 해법은 이웃간에 인사하기 아닐까요



‘귀트임’은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어느 순간 청각이 예민해져서 아주 작은 소리에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불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웃과 갈등으로 비화되고, 둘 중 하나는 이사를 가야 문제가 해결되는(또 다른 이웃과의 갈등 소지를 안은채)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 전문가들은 ‘귀트임’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안면트기’라고 말합니다. 소음의 진원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소음에 대한 반응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인지소음'이 층간소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수많은 증빙 사례들이 나와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미리 기자님의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새로 이사 온 윗집 아이들이 사과 편지를 직접 전달하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사라지며 “맘껏 뛰어놀아라”라며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는 얘깁니다. 그 편지를 부적 삼아 벽에 붙여놓고 시끄러울 때마다 위집 남매를 생각한다는 대목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층간소음 전문가들은 그래서 권합니다. 위층 주민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아랫집에 열심히 인사하라고. 놀이터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슈퍼에서도, 등하교 길에서도. 아래층 사람을 만날 기회를 그냥 보내지 말고 권고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고, 아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게 세상살이 이치 아니겠습니까.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6/2019122603194.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카페 2040 윗집 꼬마의 깜찍한 선전포고]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누구나 누군가의 위층이면서 아래층입니다. 아래층에만 각별히 신경 쓸 게 아닙니다. 위아래층, 옆집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층간소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층간소음관리 모범 아파트로 꼽히는 영등포구 양평동 6차 현대아파트는 주민들간 안면트기로 층간소음 분쟁을 확 줄인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이 아파트의 비법 중 하나가 텃밭 가꾸기 행사입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텃밭 가꾸기에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층간소음 분쟁이 확 줄었다는 군요. 역시 얼굴을 보고 서로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0901027600004?input=1195m

[늘어가는 층간소음 분쟁…"말 한마디, 인사 한 번으로도 풀려요 “]     





 경기도 광명시 A아파트는 효율적인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운영을 통해 주민 간 분쟁을 크게 줄인 모범 사례입니다. 이 아파트 성공 요인은 어르신들의 활동입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 멤버는 40대 후반인 동 대표를 빼면 모두 60대~80대입니다. 이중 위원장님이 80대 고령입니다. 

 고령의 위원장이 나서면 서로 으르렁거리던 가해자도 피해자도 웬만하면 중재를 따른다고 하는군요. 장유유서와 노인 공경이라는 농경사회 가치관이 지극히 파편화된 도시사회에서도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거지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77240

[이웃 어르신 나서자 위·아랫집 악수 나눴다, 층간소음 지혜]     




 따지고 보면 소음 문제는 주민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기 집에서 편하게,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다만 공동주택이라는 고도의 밀집 주거형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배려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인 중병으로 곪아 터진 데에는 집을 제대로 짓지 않은 건설사뿐 아니라 문제가 있어도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큽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뭔가 하기를 기다릴 수만 없습니다. 당장 주먹다짐과 폭행, 심지어는 살인까지 층간소음으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심각합니다. 어떻게든 주민들이 먼저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문학평론가 장은수 대표는 아파트를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소한 위아래 층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아야, 외로움에 지친 파편화된 개인들이 층간소음을 빌미 삼아 자신과 이웃들을 갈등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모는 사회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211213513155?OutUrl=naver

[층간소음,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공동체, 마을로의 복귀. 그 첫 단추는 안면 트기, 즉 인사가 아닐까 합니다. 익명의 사회를 실명과 구면의 사회로 바꾸는 노력. 그게 돼야 소음 매트도, 슬리퍼도, 앞꿈치 걸음걸이도 다 효과를 보게 되지 않을까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서는 안면 트기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며  


#아파트 #공동주택 #층간소음 #귀트임 #안면트기 #장은수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인지소음 #양평동 #텃밭 #가꾸기 #텃밭가꾸기


http://ttenglish.co.kr/


매거진의 이전글 기둥식 아파트가 '층간소음'이 적다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