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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천 Jan 08. 2022

기둥식 아파트가 '층간소음'이 적다는데

건설사들이 기둥식으로 많이 짓게 할 수는 없나요

    

아파트는 벽(또는 기둥)과 바닥을 쌓아 만듭니다. 층간소음은 누가 위층 이웃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바닥을 만들고, 벽을 만드는 지도 중요 변수입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이사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아파트 구조가 어떤지 정도는 체크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다 아실만한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기둥식 아파트가 소비자 중심인 이유     


아파트 바닥은 샌드위치처럼 콘크리트 슬래브와 차음채, 마감재 등을 겹겹이 쌓아 만듭니다. 지금은 콘크리트 슬래브(210㎜) 위에 소음을 막기 위한 차음재로서 완충재(20㎜)를 얹고 또 경량 기포 콘크리트(40㎜)와 마감 모르타르(40㎜)까지 더하고, 그 위에 다시 마루·장판 같은 바닥마감재를 10㎜ 정도 얹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총 330㎜ 두께가 기본입니다.                    


 똑같은 바닥이라도 바닥을 떠받치는 구조가 벽이냐 기둥이냐에 따라 충격을 전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벽이 위층 바닥(슬래브)을 지탱하면 벽식 구조, 기둥이면 ‘기둥식 구조’라고 합니다. 기둥식 구조는 보(상량)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보가 있으면 ‘라멘(Rahmen)’ 구조, 없으면 ‘무량판’ 구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바닥 조건이라면 층간소음은 라멘식 구조, 무량판 구조, 벽식 구조 순서로 적게 발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은 기둥 또는 벽, 보를 통해 아래층에 전달됩니다. 기둥식 구조 아파트는 벽 대신 기둥 쪽으로 소음과 진동이 더 잘 흡수됩니다. 특히 보(상량)를 둔 라멘식 구조 아파트에서는 보가 소음을 한번 더 잡아주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훨씬 더 합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고급 주상 아파트들이 라멘식 구조입니다.      


 기둥식 구조의 층간소음 차단 효과는 벽식 구조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 얇은데도 중량 충격음 만족도가 80%로 벽식(65%) 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벽식구조 아파트 슬래브 두께가 두껍습니다.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에 따르면, 벽식구조의 슬래브 두께는 210mm, 무량판 구조의 경우는 180mm, 기둥식 구조의 슬래브 두께는 150mm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둥식 아파트가 리모델링에도 유리      


 기둥식 아파트는 내부 변경도 쉽습니다. 벽식구조는 벽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 벽을 철거할 수 없지만 기둥식 구조는 기둥이 있기 때문에 벽을 허물고 내부 구조를 바꿔도 됩니다. 가족 수에 따라 방 수를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고, 아파트를 갤러리나 공장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노후한 배관 등 설비 교체도 역시 벽식보다 간편합니다.      

 

 1980년대 아파트 건설붐 이후 40년이 다 돼가는 아파트들이 많지만 재건축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안전진단을 D등급 이하로 받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리모델링이라도 하고 싶은데 벽식 구조여서 이 마저 어렵다고 합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둥식 건물은 용도변경 때 건물 전체를 부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친환경 자재를 쓰는 것보다 오래오래 바꿔가면서 쓸 수 있는 기둥식으로 짓는 게 낫다는 거지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왜 기둥식 아파트는 찾기 힘든 걸까요


 기둥식은 공사비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꺼립니다. 분양가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분양가가 높다고 아우성이니 어떻게든 싸게 짓는 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벽식 구조의 실내 층고는 평균 2.9m, 골조 공사비는 3.3㎡당 66만 원입니다. 기둥식은 층고가 3.25m로 더 높고 공사비는 3.3㎡당 82만 원입니다.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공사비가 500만 원 정도 더 듭니다. 공사비도 많이 들고 공간 활용도 떨어지는 기둥식 아파트는 자연 건설사 선택지에서 밀립니다. 1980년대 후반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빨리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벽식 구조가 ‘공식’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전국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구조형식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사이에 준공된 민간 아파트의 99.9%, 공공 아파트의 96.8%가 벽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기둥식을 많이 짓게 할 수는 없나요     


 건설사들이 기둥식 아파트를 안 짓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규제입니다. 기둥식으로 지으면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 결국 한 건물 안에 들어가는 가구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돈을 더 못 버는 거지요. 벽식으로 22개 층높이로 지을 아파트라면, 보(상량)가 들어가는 기둥식 아파트(라멘 구조)는 20층 밖에 못 짓습니다. 사업성이 확 떨어지는 거지요.     


 건설사들은 “기둥식을 택하게 되면 천장고도 높아지고 이에 따른 가구 수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면서 “공사비용 자체도 많이 드는 데다 가구 수도 줄어들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자고 이를 택하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저서 [공간의 미래]에서 기둥식 구조를 70% 이상 적용한 경우에는 높이 제한, 층수 제한을 풀어주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당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더 비싸도 좋다. 제발 층간소음 없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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