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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언 Sep 09. 2024

행복에 대하여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단순히 월요일 아침이라서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그녀와 다투었기 때문이다. 만난 지 약 2년, 같이 산지는 1년 반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정보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역시 나는 아직도 그녀를 잘 모르겠다. 내가 얘기한 것만큼 얘기해 주지 않는 사람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를 때가 많다. 그녀에게 물어보면 그녀는 늘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차피 말에 다 담을 수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못된 말을 해버렸다. 마음속에서는 그럴만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역시 후회가 된다. 후회가 될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다. 아마 나에겐 꺼내놓지 않는 많은 생각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결국엔 윽박지르게 된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걸 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깨달았다.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건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다.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냥 날씨만 좋아도 기분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일이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그 시간을 즐기고, 겨우 주어진 휴식에 짜릿하던 때가 있었다. 그녀를 만나고 난 후부터 그녀의 웃음이 내 행복이 되었고, 그녀가 웃지 않으면 불행해졌다. 그녀가 우울하면 내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따윈 우습게 무너져버린다. 타인에게 쉽게 휩쓸려버리는 단단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마이페이스를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해봐도 잘되지 않는다.


 같이 견뎌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실 알고 있다. 나는 그럴 그릇이 못된다는걸. 나 역시 하루하루 사는 게 고단하고 어렵다. 그래도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뿌듯해하고 싶다. 스스로 장하다고 고생했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언제쯤이면 온전히 행복하겠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 역시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생각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행복은 도달점이 없다. 행복은 현재를 버리고 지금을 이겨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단지 찰나의 순간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 그 순간순간이 모여 행복이 된다. 자주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만족하며 지금을 힘껏 살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앞서가면 행복이 뒤처진다. 


 나는 행복할 것이다. 오늘은 불행할지 몰라도, 그 불행이 조금 길어질지라도, 행복한 순간마다 불행의 마침표를 찍으려 노력할 것이다. 늘 행복하게 해줄 순 없어도, 행복한 순간을 쌓아가다 보면 우린 괜찮아질까? 그녀의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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