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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Oct 24. 2019

모두의 평화를 위한 관계

불필요한 갈등은 이제 그만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 논란속에서 개봉을 했다고 한다. 개봉전부터 평점테러를 당하고, 주연배우들은 괜찮냐는 인터뷰 질문을 받는 등 수많은 기사가 나왔는데 정작 개봉하고 나니 젠더 갈등보다는 힐링과 치유의 드라마라며 불편해하지말라는 뉘앙스의 영화평론도 나왔다.


남성 친화적 회사를 다니는 나로서는 성인지감수성에 조금 민감한 편인데, 소설과 영화 '82년생 김지영' 에 이렇게까지 예민한 성대결을 펼치는게 조금 안타깝고 이해가 안되기도 하다. 그냥 나와 다른 성을 가진 누군가의 삶이 이렇구나 하고 이해할법도 한데, 그 기저에는 너보다 내가 더 억울하고 힘들다는 반감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아니꼬운 대꾸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시작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첨예하고 민감해지는 '군대'때문일거다. 군대안가려고 도망친 스티브유가 아직도 입국을 못하는걸 보면 말이다

여성들의 권익은 선거권 부여, 사회진출 등등 저 먼 시대부터 지금까지 착착 확대되어가고 있는데 왜 국방의 의무는 지지 않는것인지, 결국 권리만 취하고 의무는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집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여성도 병역 징집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막상 병역의무를 이행하라고 하면 정말 우울할 것 같다. 남녀평등을 부르짖지만, 군대도 가라 하면 조용해지고 싶은게 사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사실 군대에 군말없이 끌려가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고맙고 미안하다. 이들이 희생하는 1년반 또는 2년은 어떤식으로든 보상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그 수단이 처음에는 '군가산점' 이었어서 젊은 남성들이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을 테지만 차별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폐지가 되자 더욱 남성들이 분노한 것 같다.

가산점이 차별요소라서 안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월급 몇푼 더 올리고 군인권센터나 뭔 상담전화 확대 같은 미온적인 대응 말고 확실하고 적절한 보상 말이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억울함이 풀려야 공격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사라질 것이다.



두번째 민감한 키워드는 '된장녀' 다. 남자 잘만나 취집에나 성공해야겠다고 맘먹는 여자들을 남자들은 혐오한다. '그 잘난 남자'에 들지 못하면 결혼을 못할것만 같은 불안함과, 잘난것도 없는것들이 설정해놓은 조건에 자꾸 신경써야하는 짜증남과 함께. 그런데 내 주변에도 이런 류의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물론 노골적으로 남자 잘만나서 팔자펴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여자들이 있고, 그와 비슷한 비율로 '교사나 약사 만나고싶다'라고 떠드는 남자들도 있다. 그래서 이런 똥덩어리같은 생각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냥 그런 부류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 여자친구들이 두려워하는건,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정성이다. 내가 취업준비하던 시절인 10년전만해도 최고의 스펙은 남자 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5,6년전만해도 최종면접에 통과한 남녀성비가 1:9에 달하자 다시 조정을 통해 4:5로 맞췄다는 소문이 회사내에 파다했다. 작년쯤인가 은행권에서 대대적으로 빵빵 터졌던, 남자를 더 뽑기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는 기사가 쏟아졌을때 우리회사를 비롯 무수히 많은 회사가 자행하는 일인데 왜 은행권만 터질까 하고 의아했을 정도다. 물론 은행권의 다른 채용비리와 함께 터지는 바람에 은행만 두들겨맞았던 것 같다.


여튼 여자의 취업이 남자에 비해 불리한 가장 큰 이유는 결혼과 출산을 하면 휴직이 반드시 뒤따라 오기 때문에 회사에서 여자 채용을 꺼린다는데에 있다. 출산율도 올려야하고 여성의 사회진출도 장려해야하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여서 경제도 성장해야하니 참 해결할수없는 뫼비우스 띠 같은 소리들이다. 결국 애낳으러 들어간 여직원을 기다리지 못하는 수많은 회사들은 그냥 여직원을 자르고 새 직원을 뽑게되고, 여자들은 애를 낳았다는 이유로 그냥 경단녀가 되고 만다.


이런 현실에서, 남편마저 능력이 없으면 내 삶은 어찌 될까 하는 불안감에 여자들은 더더욱 배우자의 경제적 조건을 따지게 된다. 실제로 본인이 공무원이나 교사같은 안정적인 직업만 가졌어도 남자의 재산이나 직업같은건 크게 고려하지 않을거라고 답하는 친구들이 있다. 내가 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일과 가정도 양립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경제력에 기대어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 채용을 꺼리는 회사들 때문에 점점 불안정한 직업만 갖게되고 그마저도 임신하고 출산하면 잃게되는게 본인의 삶이라면 누가 맘편히 사랑타령만 할수있겠는가. 물론 남자들도 불안정한 직업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나 적어도 애를 갖고 낳는다는 이유로 일을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진 않을테니 상대적으로 배우자의 경제적 조건을 여자보다는 덜 따질수 있지 않을까 싶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냥 이렇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소설 원작도 첨예한 남녀갈등을 유발하려는 목적의 구절은 그 어디에도 없고 그냥 이런 삶이 있다 라고 말하고있다. 93년생 김주혁 이라는 책이 나와도 그냥 이런 삶이 있구나 하고 읽듯이 말이다.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언제 영화관에 가서 볼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어떤 내용이든 환영이다.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까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 된 것이 기쁘고 고무적이다. 그만큼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고 이해해보는 것 같아서말이다.

그런의미에서, 뜬금없이 화제가 된  한 음악인의 댓글이 참으로 아쉽다. 그의 부인이 이 영화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기대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댓글로 '??????'를 달았다지. 뭐 별 생각없이 달았을테고 논란을 야기할 의도는 단 1도 없어보이는 댓글이다. 논란을 삼기위해 확대해석하는 일부의 네티즌들때문에 마구 기사화되고 욕을 먹는 것 같아서 불쌍하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해보려는 생각이 별로 없어보이는 댓글이긴 하다. 부인이 궁금해하고 기대한다는데 '그게뭐지? 왜애~?' 와 같은 반응이라니;; 그냥 남의 얘기, 나와 상관없고 궁금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삶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댓글이다. 남의 삶에 관심은 없을 수 있으나 그가 어마무시하게 여심을 저격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점, 그 덕분에 연금 수준의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는 점에서, 그의 부족한 공감능력에 매우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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