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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Nov 14. 2019

남편이 얄미울 때

백번 잘해도 한번 얄미우면 얄미운사람

아이가 엄마한테 매달려 칭얼대는데 데려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때. 시선을 끌만한 장난감이나 놀이를 제시하면 금방 나한테서 떨어져서 놀 수 있는데 남편은 그냥 저 멀리 바닥에 드러누운채로 "울지마~ 이리와~ 엄마힘들어~ " 라고 입으로만 달랠때 너무 얄밉다. 보다못한 내가 "나 이거이거 해야해. 자기가 좀 데리고 있어." 라고 말해도

"애가 엄마가 좋다는데 어떻게 해." 라고 말하곤 여전히 드러누워있을때 너무너무 얄밉다.


(물론 나도 아기가 응가하면 "응가 잘했어? 아빠랑 기저귀 갈자~" 하고 남편한테 보내는데, 남편도 이런 내가 아주 얄밉겠지.)


아침에 출근준비하느라 바쁜데 아이를 챙겨주지 않고(남편 출근이 나보다 늦어서 아침에 아이 등원준비하는건 남편몫이다. 어린이집 데려다주는건 내가 출근길에 차로 데려다주고.) 설거지를 한다던가 커피를 내릴 때.

물론 밀린 설거지를 빨리 해치우고 싶을테고, 커피는 텀블러에 담아 내가 회사에 가져갈수있게 하기 위해 나 출근전에 내리는거지만 사실 출근준비도 촉박한데 아이 옷도 안갈아입히고 밥도 안먹이고 커피글라인더나 윙윙 돌리고 있는 소리가 들리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커피는 그냥 회사가서 캡슐 커피 내려먹어도 되는데, 풍미가 다르다며 직접 아침마다 원두를 갈고 핸드드립을 하는거. 정말 고맙고 향긋하지만... 바쁠땐 커피고뭐고 지각안하게 빨리 차 시동을 거는게 더 중요한데말이다;;


(물론 내가 더 빨리 준비하면 된다. 설거지나 커피는 고작 5분을 넘기지 않는데 나는 분초를 다투며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는 타입이라 1분의 여유도 없는편. 남편은 이런 나를 이해 못하겠지만 안고쳐지는걸 어쩐단말인가.)


매사에 좀 덜렁대고 벼락치기 스타일로 일을 하며 건망증도 심하고 잘 흘리고 먹는 등 조금 어리버리한 스타일인 나를 잘 신뢰하지 않고 챙겨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길때. 물론 보살핌을 받는건 좋지만, 어떤 물건이 없어졌다거나 할 때 백프로 내 짓이라고 여기는게 문제다.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아서, 어디다 뒀는지 잊어먹어서, 다른데다 흘리고는 기억을 못해서 등등 그 물건이 없어진건 다 나때문이라고 생각해버리는 남편. 정말 얄밉다. 정작 술먹고 가방잃어버리고, 버스 반대로 타고, 버스표를 내일날짜꺼를 예매하는 바람에 보조좌석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가야했던건 다 남편짓인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덜렁대며 살아도 크게 실수하거나 피해보는게 없이 세이프 하는 삶을 산다. 예를들어 기차시간을 1분 남겨놓고 승강장에 미친듯이 뛰어들어가서 겨우 탄다던가, 출근시간을 1분 남겨두고 헐레벌떡 뛰어서 59분에 출근지문을 찍는다던가, 비행기 탑승시간이 임박할때까지 인터넷면세품을 찾지 못해서 발동동 구르다가 호출받기 직전에 비행기에 탑승한다던가 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지만 단한번도 그래서 비행기든 기차든 놓친적도 없고 회사생활 10년동안 지각한번 해본적이 없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시간활용인가!


(물론 남편은 그렇게 조마조마한 상황 자체가 너무 큰 스트레스라고 날 비난하지만... 난 스트레스 안받는다. 오히려 해내고 만 내가 대견할뿐.)


친정집에 가면 좀 뚱한 표정으로 말한마디 없이 구석에 앉아있을때. 끝없이 재잘재잘 질문하는 엄마를 좀 귀찮게 생각하고 대답을 안하기 일쑤고, 아빠와는 오랫동안 싸운 사람처럼 침묵으로 일관할 때. 성격이 과묵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부드럽고 사근사근하게 대해줬음 하는데 그런걸 잘 못할때 서운하고 얄밉다.


(물론 나 역시 시댁에서 뚱한 표정은 기본이고 방에 들어가 낮잠자기도 일쑤. 건강염려증인 시어머니의 끝없는 하소연과 불평을 듣기싫어하고, 대중없고 급한성격의 시아버지 스타일을 맞춰드릴 마음이 1도 없는 며느리. 이건 남편이 나보다 할말 더 많을테니 얄미워하지 말아야겠다..)


따져보면 서로 얄밉고 이해안되고 화가나는것 투성이일테지. 서로 다른 사람끼리 결혼한거니까 말이다.

덜 얄미워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감싸려 노력한지 어언 10년이다. 앞으로 한 50년정도를 더.... 잘해나갈 수 있겠지...??? 오늘밤엔 이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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