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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티서 Sep 30. 2021

<그런 애가 있었어>

다락방의 미친 여자

    

등장인물

제인            크로스드레서, 25. 남자랑 성관계한 경험 다수 보유. ‘조건’의 뜻 알고 있다.

로체스터      남자, 32, 성기가 뭐 대단히 큰 건 아님.     


한밤중     


인적이 드문 공원, 로체스터의 차 안     


주의사항

작품에 성추행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명이 켜진다. 운전석엔 로체스터가, 조수석에는 제인이 타 있다. 차체에 가려져 무대 정면에선 이들의 상체만 보인다.     


제인            뭐에요?

로체스터      불 켜는 거 싫어하니?

제인            그게 아니라, 갑자기 왜 여기에.

로체스터      좋잖아. 한산하고.     


  제인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제인            낮에는 산책 삼아는 와봤는데. 많이 다르네요.

로체스터      어떻게 다른데?

제인            (짧은 사이) 좋아요, 오빠랑 오니까 더.

로체스터      웃으니까 더 예쁘네.

제인            제가 얼굴선이 둥글어서. 막 존예까진 아니라도 자연스럽죠?

로체스터      (제인의 팔을 쓸며) 피부는 왜 이리 부드러워. 진짜 여자 같다.

제인            감사합니다.   

  

  로체스터 제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다. 제인 로체스터를 바라본다.


로체스터      아까 문자로 스타킹 신었다고, 왜 그랬어?

제인            그거요? 그냥? 

로체스터      오빠가 검스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제인            그래요? 잘 맞았다.

로체스터      (손을 다리 위아래로 훑으며) 진짜 시디야? 가슴은?

제인            그냥 뽕. 

로체스터      호르몬은?

제인            안 했어요.

로체스터      와,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러워?

제인            원래 여성 호르몬이 많은가 봐요. 몸이나 목소리나 중성적이에요.

로체스터      그래? (시선 치마 쪽으로 향한다) 봐봐.     


  사이. 제인 치마를 들어 올린다.     


로체스터      예쁘다.

제인            부끄러운데.

로체스터      귀엽네. 오빠 것도 볼래?

제인            어, (짧은 사이) 좋아요.     


  로체스터 주섬주섬 벨트를 푼다. 바지를 내린다.     


제인            서 있네요?

로체스터      너 처음 탔을 때부터 이랬어.

제인            우와아. 크다. 

로체스터      만져봐도 돼.     


  사이. 제인 로체스터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댄다.    

 

로체스터      빨아봐.

제인            아하?

로체스터      얼른. 나 너무 오래 참았어.     


  제인 천천히 몸을 기울이다 다시 몸을 세운다.     


제인            오빠, 근데요.

로체스터      왜?

제인            저 오늘 술도 마시고, 좀 피곤해서.

로체스터      아, 자리가 불편한가?

제인            것도 그렇고.

로체스터      좀 해줘. 차에서도 입으로는 할 수 있잖아.

제인            아, 하하하.     


  사이.     


로체스터      진짜 안 하게? 이렇게 다 만져 놓고선?

제인            아, 그건, (짧은 사이) 죄송해요.

로체스터      하.

제인            오빠 제가 실은,

로체스터      뭐?

제인            처음 보는 사람이랑은 오랄까진 안 해요. 다음에, 만나면 꼭 해드릴게요.

로체스터      처음엔 안 한다고?

제인            네.

로체스터      스타킹이 찢어졌다고 태워줄 남자 구해놓고선?

제인            맞죠.

로체스터      맞긴 뭐가 맞아. (제인의 뒤통수를 누른다) 좀 빨아봐.

제인            (몸을 가까스로 빼고는) 싫어요.     


  로체스터 다시 손을 뻗는다.     


제인            (창문으로 붙으며) 싫어요.     


  사이.     


로체스터      너 차 타려고 나 이용한 거지?

제인            그게. 이러고 대중교통 타기가 너무 애매해서.

로체스터      치마는 왜 들췄어? 내가 억지로 시켰니?

제인            아니죠.

로체스터      자지는. 누구 손으로 만졌는데?

제인            제 손이었죠.

로체스터      만지긴 해도 빨지는 못 한다?     


  제인 고개를 끄덕인다.      


로체스터      입에만 넣어 봐. 금방 쌀게.

제인            정말 죄송합니다.

로체스터      야이씨. 너 시디잖아.     


  로체스터가 제인을 쏘아본다. 제인은 정면만 본다. 긴 사이.     


제인            진짜 죄송해요. 실은 제가 그냥 취미 시디에요. 이렇게 남자 만난 거도 처음이고. 남자 경험도 한 번도 없어요. 만진 건 그냥 호기심에, 근데 빠는 건...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로체스터      지금 장난치니?

제인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예쁨 받는 거까지만 좋았는데, 제가 너무 저 편한 대로 생각했나 봐요. 죄송해요. 오빠는 차까지 태워주셨는데. 차라리 그러면 제가 지금 내릴게요. 진짜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제인 양손으로 제 얼굴을 가린다. 로체스터 그런 제인을 본다. 사이. 로체스터 제 바지를 다시 올린다. 


로체스터      일진이 나쁘려니까.


제인            진짜 죄송합니다. 


  사이. 제인 차 문으로 손을 가져간다.      


로체스터      그런 애가 있었어.     


  제인 로체스터를 본다.

      

로체스터      걔는 트젠 성향인데, 나이는 너랑 동갑이고. 니가 나보다 일곱 살 어렸지?

제인            네, 스물다섯.

로체스터      근데 걔는 그거였어.

제인            네? 어떤?

로체스터      조건. (짧은 사이) 모르나 보네? 돈 받고 하는 거.

제인            아아. 그런 사람도, 있다더라고요.

로체스터      걔를 만나러 갔는데, 걔가 먼저 모텔에 들어가 있고. 갔는데, 웬 코끼리 같은 게 있더라. 진심 나보다 등발이 좋았다니까?

제인            아. 그랬구나.

로체스터      그거를 그럼 어떻게 해?

제인            네?

로체스터      못 먹지. 내가 비위가 또 약하거든. 근데 그 년이 나 화장실 간 사이에 만원짜리 두 장을 빼간 거라. 모텔비 지가 냈다고.

제인            아. 그걸 보셨구나.      


  로체스터 제인을 빤히 바라본다. 사이.      


제인            그래, 서요?

로체스터      내가 존나 때렸어.     


  제인 로체스터를 바라본다.     


로체스터      나도 좀 맞았는데, 그 새낀 이빨 두 개 나가고 광대가 찢어졌었나.     


  사이.     


제인            도둑을 잡으셨네요.

로체스터      더 웃긴 거 뭔줄 아냐?

제인            네?  

로체스터      그 새끼가 경찰을 불렀거든? 근데 대충 사과하고 끝났지. 돈도 돌려받고. 나중에 나갈 때 경찰이 나한테 그러더라. 

제인            뭐라고요?

로체스터      어쩌다 저런 걸 만났냐고.     


  긴 사이. 로체스터 제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다. 툭툭 토닥인다. 손을 뗀다.     


로체스터      그냥 얘기해 봤어. 생각나서.

제인            아하.

로체스터      걔는 진짜 이상한 놈이었는데. 넌, 착한 거 같네.

제인            아니에요.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로체스터      (웃음) 뭘 쫄고 그러냐. 

제인            아, 하하.     


  제인 고개를 숙인다.     


로체스터      내가 널 데리고 뭘 하겠냐. 가자, 집이 증산동이라 그랬나?

제인            혼자 갈 수 있어요.

로체스터      여기서? 큰길까지 한참인데?

제인            전에도 와봤어요. 저, 지금까지 오빠 시간 뺏은 것도 너무 죄송해서.

로체스터      그래? (짧은 사이) 그럼 가라.     


  제인 차 문을 연다. 내려서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큰 백팩을 멘다.      


제인            (차 문 닫으며) 태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로체스터      그래, 다음부터 낚시하지 말고.     


  제인 고개를 꾸벅 숙인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부르릉 차 출발하는 소리 들린다. 조명 완전히 꺼진다. 긴 사이. 제인에게만 조명이 켜진다. 제인은 이제 무대의 다른 쪽에 와서 서 있다. 제인의 앞으로 닫힌 문 하나가 놓여 있다. 제인은 가방에서 긴 외투를 꺼낸다. 긴 바지도 꺼낸다. 외투를 입고, 바지를 입으니 기존의 복장이 완전히 가려진다. 가발을 벗어 가방에 넣는다. 가발 망도 벗고 머리를 한번 턴다. 제인 클렌징 티슈를 가방에서 꺼낸다. 얼굴을 벅벅 닦는다. 핸드폰에 얼굴을 비춰본다. 다시 한 장을 뽑아 닦는다. 티슈와 가발 망을 가방에 넣는다. 제인 숨을 고른다. 제인 노크할 듯 손을 쥐고 문에 한 발자국 다가간다. 짧은 사이. 제인 뒤를 돌아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긴 사이. 똑똑, 제인이 몸을 돌려 노크하면 조명이 꺼진다. 다시 똑똑. 조명이 꺼진 채로 다음의 대사가 이어진다.     


엄마            종완이니?

제인            응, 깨워서 미안.

엄마            어디 갔다 이제 와.

제인            그냥. 친구 집에서 술 마시느라.                




- 막 -     





본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에 선정, 지원을 통해 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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