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서의 글쓰기

탈무드 이야기처럼, 지적 재산을 쌓는 선순환 고리 만들기.

by 트윈블루


글 쓴다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


네이버 블로그 일기 챌린지로 오랜만에 꽤 불순한 동기가 약간 섞인 채

수익도 올릴 겸 글쓰기를 시작했는지 약간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를 습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 쓰는 것이 돈이 드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시간을 투여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글쓰기는 꽤나 직접적인 투자이고 결과물이라고 생각이 든다.


글을 써 버릇한 것은,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가 아닐까 한다.


그전에도 방학 전 일과 시간표를 내고

원형 시계 모양에 정말 그럴듯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실천해 본 적이 없는 시간표 제출을 하곤 했었는데,


생각 같아서는

식사시간과 자유시간 그리고 취침시간으로

단출하게 시간표를 작성하고 싶었으나,

우리나라 교육 분위기상 그러면 안 되기 때문에

숙제하는 시간과 더불어

일기를 쓰는 시간을 꼭 마지막 자기 전에 그려 넣었던 것 같다.

약 30분 정도 할당을 했었지.


방학 숙제로는 탐구생활 작성과

만들기 숙제와 더불어 일기장 제출이 하나씩 있었던 기억은 나지만,

거의 다 그렇듯 개학 1주일 전에 몰아서

아 그날 비가 왔었던가? 자문자답하며

생각을 짜내서 일기를 적느라 무척 고역이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일기라기보단 팩트가 일부 가미된 팩션, 창작물에 가까웠기에

괴발 세발의 글씨와 더불어 엄청난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일하게 일기를 다섯 권 정도 썼던 것이

내 유일한 유년 시절 일 기지 않았나 싶다.


이후에 성인이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싸이월드 다이어리였는데, 차곡차곡 쌓아나간 기록이 아마 몇천 개는 될 거다.

거의 빼먹지 않고 싸이월드가 문을 닫기 전까지 기록을 했었는데,

제대로 백업이 되지 않아서 땅을 치고 후회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는데


처음 시작은

음, 나 자신을 치유하고 싶은

힐링 프로세스로서의 글쓰기였던 것 같다.


감정을 적어 내려가며 정리하고,

생각들을 꺼내 놓다 보면

여러 가지 묵혀놨던 것들이나,

그저 복잡하게 느껴지는 추상적 감정들이

차곡차곡 명문화되어 실타래가 풀리듯

감정이 풀려나가는 것을 경험하곤 했던 것 같다.


지금의 글쓰기는

약간의 성질이 변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투자한다는 느낌으로 글을 적고 있다.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고,

정리하고 글감을 정해 글을 전개하고 완성해 나간다는 것.

실제로 생각한 것과 글이 되어 나올 때의

콘텐츠가 생각처럼 만만치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역시나 누군가 카피할 수 없는 나의 오리지널이고,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오리지널을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말 그대로 "기록할 만한, 기념비적인, 기록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록을 위해선, 기억해야 하고, 기억하기 위해선,

지식적인 부분을 채워 넣지 않으면 곧 창고가 거덜 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 및 인풋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탈무드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

뜬금없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랍비가 어느 날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그 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탔었지.


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자기가 가진 보물과 돈, 그리고 향료 등을 자랑했으며,

랍비에게도 어떤 재산이 있는지 물었고,

그는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하지만, 재산은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고,

이후 그들은 노골적으로 랍비를 무시했었지.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싣고 가는 도중에 해적들이 나타나 배를 습격했고

결국에 배 안에 들었던 모든 보물들이 사라진 채로 육지에 상륙하게 되었지.

돈을 사랑하고, 물질적인 것들을 자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으나,

랍비의 높은 지식과 교양은

계속 그에게 남아있어 결국 그곳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결국 나의 지적 재산은

사라지지 않을 영구한 재산이라는 결론으로 이해했고,


이후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관찰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할 때 내 귓전을 때리거나

내 마음을 홀리는 글귀나 물건 상황이 있으면 잘 적어서

씨앗처럼 잘 보관해 놓는 습관이 생겼던 것 같다.


이러한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하며 나의 Original Output을 늘리고,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Input을 늘리는,

선순환 과정으로 늘어날 지적 자산을 생각하면

꽤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씨앗들을 잘 모아놨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날것으로 글을 쓰는 것은

조금씩 물을 주고 키워서 싹을 틔우는 행위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씨앗들은 같이 묶어서 모내기를 할 수도 있고

더 키워서 열매를 수확할 날도 언젠간 오지 않을까?

그 결과물이 무엇이 됐든 어떤 것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씨앗이 바오바브나무 씨앗 일지

포도나무의 씨앗 일지

가시나무의 것인지는 길러 봐야 알게 되겠지만.


길가에 뿌려 새들에게 먹혀버린 씨앗처럼 되지 않도록,

씨앗을 잘 키우는 것이 나의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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