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게 사는 어른

난 지혜로워진 걸까, 닳고 닳은 걸까

by 트윈블루

어렸을 적,

음, 아마 20여 년은 훌쩍 지난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몇 달에 한 번씩 어머니와 손을 잡고 외할아버지 집에 가곤 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아마 푸릇하게 자란 난초 잎을 닦으시고 분무기로 치익 _ 치익_ 물도 뿌리셨던 기억과 함께,


마치 유언이라도 남기시려는 양 인생에 대해 말씀하셨던 터라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기억에는 박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 라는 삶의 지혜를 나눠 주시던 시간이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어질게 살아야 한다. 였고, 두 번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음.. 어질게 산다..

솔직히 어질다는 단어도 생경하다. 어떤 뜻이었더라?


검색을 한다.


어질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


음.. 그렇군, 난 그런 어른이 된 걸까? 자문을 했을 때

내면에 퀘스천 마크와 함께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쓰읍.. 하고

나도 모르게 공기를 들이 삼키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렇다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대로 난 살고 있는 것일까?


착한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어른들의 바람대로

내가 착한 사람이 되었는지는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척'한 사람이 된 건 확실하다.


아는 척, 모르는 척,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그것이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 기술 같다.

이게 좋은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곧이곧대로..라는 뉘앙스는 약간 부정적인 것 같아서 싫지만,

아는 것을 담백하게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을 담백하게 모르는 대로


아니요

이거 모르는데요

아 저 이거 알아요라고 했을 때


내가 그렇게 내뱉은 말에 따라왔던

과거의 결과들을 집계했을 때

여러 번 피드백 결과를 비추어 보자면,


자연스레 척.. 하고 있는 게 더 현명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삶의 지혜인지

아니면 어그러진 건지


아니면 닳고 닳은 건지 그런 건 잘 판단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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