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는 것

그 특권과 갈등이 일상인 건에 대하여

by 트윈블루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른 형태의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아이의 생존(?) 유지 자체를 위해 노력과 시간이

상당한 양이 들어갔다면,


자기 생존 방식을 터득한 이후에는

각자가 생존을 더 잘하기 위한 의사 표현을 격렬하게 하는 바람에,

사랑을 두 아이에게 같은 크기로 주려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가 먼저 누르느냐를 놓고 싸웠는데,

둘 다 내가 먼저'를 들어주지 않으면 흥!이라고 속상해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울거나 뭐 그렇다.


보통은 올라가는 버튼과 내려가는 버튼을 먼저 누를 경우,

엘리베이터 탑승 후 층수를 누르는 것은 양보하도록 규율을 정하고 있지만..

(정말 사소한 규칙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엘리베이터 버튼이 취소가 눌러질 경우는

사이좋게 한 번씩 누르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자기가 마지막으로 동작을 시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느낌?


그래서 엘리베이터 내부에 층수 버튼과 열림/닫힘 버튼이

측면과 정면에 공평하게 하나씩 있고,

취소가 가능한 최신 엘리베이터라고 해도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마음은 우리 마음 같지 않아서

모든 버튼을 먼저 누르고 싶은가 보다.

이런 일은 비단 엘리베이터 버튼뿐 아니라 도어록 등

대부분의 입력과 터치가 가능한 분야에서 같은 갈등이 발생한다.




보통은 말이 잘 통하는 첫째가 희생을 많이 하게 마련인데

오늘은 첫째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엘리베이터 버튼에 크게 상심하곤 칭얼거린다.


칭얼거리는 것을 받아줄 것이냐, 무 자르듯이 쳐낼 것이냐,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데 잠깐 짧은 생각에


칭얼거리는 것을 받아주면, 앞으로도 녀석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버튼을 못 누른 것에 대한 설움을 달래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칭얼거림이 점점 강도를 더해갈 것이고

이는 무척 신경을 긁는 일이기에


단호하고 낮은 목소리로 그만, 이라는 말과 함께

예쁘게 말해야지.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상심하곤 손잡는 것을 거부하고 뒤에서

'나 속상해요'라는 표정을 뿜 뿜 하며 뒤에 숨거나

가는 방향으로 따라오지 않거나 하며 나름의 시위를 한다.


그 모습이 참 기가 막혀서 아내와 헛웃음을 지으며 눈빛을 교환하다가

그냥 감정이 나아질 때까지 내버려 두기로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떨어지고는 싶었지만 아예 뒤처지기는 싫었는지

멀찍이 떨어져 적당히 은폐, 엄폐하며 따라오기 시작하고,


우리는 순간 앞으로 이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어떤 방식의 모습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프리뷰를

허탈한 헛웃음과 함께 나누며 자연스레 상상한다.


결과론적으론 아이스크림과 풍선으로

문제의 해결은 표면적으로 이루어졌으나,


다음에 이어진 갈등은 풍선이 한 개라서

둘째의 난이 발생했고,


풍선이 두 개가 되었지만,

풍선의 디자인과 크기가 달라서

곧이어 3차 갈등이 발생한다.


아니, 오늘 하루를 기준으로 카운팅 하면

아마 16차 갈등쯤 될 것이다.


나의 과거를 비추어 봤을 때

내 어린 시절 전통적 해결 방법은

머리가 좀 더 굵은 녀석이 참는 것으로 보통 해결했었으나,


최근에는 오은영 선생님의 미디어 출연 등으로

아동심리 등에 어쭙잖게 도움을 받고 있어

아이들의 마음을 부부가 분담해서 살피는 것으로

해결하곤 있지만, 잘하는 건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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