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걸파가 아저씨에게 인스피레이션을 가져다줄 줄이야!
스걸파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스트리트 걸스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인데, 여고생들이 크루를 만들어 댄스 배틀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마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라는 여성들의 댄스 배틀 프로그램의 흥행을 이을 후속작인 것 같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TV 자체를 보는 편이 아닐뿐더러 댄스라는 장르도 좋아하고 말고 할 감정이나 관심 따위가 없었던 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 학생들에게 춤이라는 것 자체가 약간 우리 때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긴 한데, 내가 중고교 다니던 시절에 춤추는 애들'의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었던 기억이 아무래도 크다. 교실에선 뒷자리를 차지하고 그 녀석들에게선 담배 냄새가 가득했으며 삥을 뜯는 등 소위 말해 일진'스러운 친구들이 주로 춤에 빠져서 살았던 것 기억이 전부였던 것 같아서 그럴지도. 물론 이런 친구들이 축제 때는 꽤 활약을 해줘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던 기억은 나지만, 아무튼.
이런 건 친구 따라서 입문하는 법이라고 친구 녀석이 팬이라고 해서 TV로 본방을 봐야 한다길래 '뭐 그 나이 먹고 뻔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냐'라고 핀잔을 주며 슬쩍슬쩍 보는데 의외로 나도 꽤나 빠져서 재방과 본방까지 합쳐 몇 시간을 친구들과 시끌시끌 떠들면서 본 것 같다.
결론은 무척 매력적이고 신선했다. 소름이 몇 번 돋았는지 모른다. 그냥 뻔한 경연 프로그램의 아류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뭐가 다른 걸까, 생각해 봤고 이런 댄스 장르에 전혀 무지성인 일반인의 시각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1. 넘치는 에너지
닳고 닳은 어른들에게는 이제는 보기 힘든 넘치는 에너지와 감정들이 무척 새로웠던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30대 이상의 사회인들이 득실거리는 이 세계에는 감정과 표현이 정제되어 있고
숨기는 것이 미덕이고 프로라고 여겨지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 10대 소녀들의 저런 넘치는 에너지와
풍부한 감정들이 잊고 있었던 예전의 그 격동의 시기의 감정이나 잠들어있던 내 에너지를 쿡쿡 찔렀던 것 같다.
2. 성인의 퍼포먼스를 넘어서는 발군의 실력
그저 학생들이 출전하는 경연이니 단순하게 학예회 수준이겠거니, 라는 생각이었는데
프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오와 열을 맞추고 합을 맞추는 모습에 반전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아니 저 어린 친구들이 저런 실력을??이라고 감탄을 하며 빠져들었던 것 같군.
3. 빠르게 성장하는 역동성
몇 화 진행되지 않았는데, 학생의 본분답게 서로 배우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편집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명하는 친구 하나하나가 회마다 성장하는 듯한 속도는
"사람은 변하지 않더라",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등의 격언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스러운 스토리를 시청자들에게 주는 것 같다.
4. 창의력이 주는 신선함과 인스피레이션
안무를 따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편집하고 안무를 짜서 준비한다는 것에 놀랐다.
저렇게 신선하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에 영감을 받았던 것 같고, 심리적 도전까지 받았다.
댄스를 하겠다는 도전은 아니고... 열정을 다시 꺼내봐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긴다.
예전 고교 야구가 인기 있던 시절이 생각났는데, 그들의 필사적이고 매 게임이 마지막인 것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플레이에 우리가 열광했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보통은 각을 재고 다음을 노려서 힘을 분배하는 어른들의 효율적 계산이 아닌, 청춘의 순수한 열정과 다이나믹스가 느껴진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음, 내게도 열정 넘치게, 역동적인 에너지로, 필사적인 기세로, 즐기면서, 패기 넘치게 도전했던 그때를 회상해 볼 수 있었고, 장르는 다르지만 이 친구들을 보면서 내 마음속 책장에 오래전에만 보고 더 이상 보지 않아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책을 털고 그 속에 적혀있던 약간의 용기와 위로를 꺼내서 받은 느낌이었지.
+ 5. 그나저나 노제가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