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드드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선하고 싶은 당신에게,
수선을 다들 잘 맡기시는지 모르겠다.
나는 키가 평균보다는 큰 편이라서 많은 분들이 통상적으로 한다는 바지 기장이나 셔츠의 소매 등등 이런 것들은 거의 수선하지 않은 편이다. 축복받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허벅지는 꽤 두꺼운 편이라 허리 사이즈와 허벅지 사이즈 중, 중간에 두 가지 조건 모두를 필요-충족하는 바지를 선택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허리에 비해 허벅지가 두껍다 보니 부득이하게 허벅지에 맞춰서 허리가 조금 큰, 여유가 있는 녀석을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뭐 내가 패션에 그렇게 지대한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벨트를 사용해 간단히 골반에 걸치고 다니는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여러모로 패션에 대해
뒤늦게 감 정도는... 아니 감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긴 하는데 모양 빠지게 입는 일은 피하려고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수선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게 된 듯하다.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가는 길에 수선 전문점,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상점을 지나친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상점인데 오늘따라 수선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온다.
드드드드.
몇 번의 미싱과 바느질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재단을 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 만들어 주는 수선 집. 요즘엔 장인 분들이 많으셔서 꽤나 감쪽같이 새 옷처럼, 맞춤형 옷인 것처럼 수선을 잘해 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자세히 보면 다시 뜯고 찢고 꿰맨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지만 그거는 수선하시는 장인분들의 실력에 따라 다른 것 같긴 하더라.
뭐 마음도 그렇지 않나 싶다.
마음은 언뜻 봐서는 심장과도 비슷한 연체동물? 같은, 생물 같은 느낌이라서 완벽하게 자연 치유되고 원래 모습 그대로 재생되는 느낌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찢기고 찢어지고 그리고 난 뒤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완벽하게 매끈매끈하고 붉은 선홍빛 마음으로 마법처럼, 마치 차량 복원용 연마제나 마법의 가죽 클리너처럼 드라마틱하게 원상 복원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실 같이 보일 듯 말 듯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엮어서 바늘같이 아픈 눈물에 묶어 뚝. 뚝. 꿰매야지 비로소 복원이 될 준비가 마쳐진 것이더군. 천천히, 아프지만, 시간의 실과 눈물 바늘로 한 땀 한 땀 수술하듯 꿰매 놔야 하고, 그 후에 새 살이 돋더라도, 상처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는 것 같더라. 그런 흔적들이 쌓이면서 점점 마음은 단단해져 가고 쉽게 흔들리거나 상처 나지 않는 성숙한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잘못 수선을 하는 바람에 딱딱한 마음을 갖게 되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로망과 뭐, 순수는 포기할지 몰라도 그 나름대로 멋진, 혹은 보편적인, 아니면 지혜로워지는 그런 과정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