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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Feb 04. 2020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이름을 불러줬을 때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6

<(효빈, 길을 나서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는 여행과 산행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 효빈 씨가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보았던 계절의 변화를 소개한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뀜에 따라 설악은 무심한 듯 탈바꿈했다. 그 속에 설악의 풍경을 품고 살아온 수많은 야생화들이 피고 졌다. 작가는 설악을 오르며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대상이 내게 의미가 있는 존재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작가도 설악에 처음 올랐을 때는 주변의 풍경이나 꽃들에게까지 신경을 쓰진 못했다. 산에 오르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설악을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여유도 생겼고, 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의 풍경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길 옆에 피어 있던 이름 모를 꽃들도 주목하게 됐다. 그 꽃들에게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작가가 산에 오르는 또 다른 의미로 렌즈에 담겼다.

이런 날 대청봉에 서면 둘 중의 하나.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나 환상적인 운해를 만나거나, 무엇이 되었든 이 촉촉한 숲을 만난 것만으로도 족함이 있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는 설악산의 수많은 야생화들을 작가만의 시선을 담아 묶어 소개한 포토에세이다, 설악산의 계절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해 잡은 풍경화다. 계절은 봄에서 시작해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지나면서 푸른 옷에서 붉은 옷으로 그리고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작가는 그 변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다시 설악에 올랐고 카메라에 변화의 과정을 차곡차곡 담았다.


작가의 발길을 따라 설악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는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는 식물도감을 펼쳐 보는 것처럼 수많은 설악산의 야생화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매해 3월에서 5월까지 입산을 금지하는 시기를 제외하면 작가는 여러 해에 걸쳐 설악에 올랐을 것이다.


내가 처음 설악산에 갔을 때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에서였다. 삼삼오오 학교에 모여 버스를 타고 아침에 출발해 점심 무렵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몇 가지 이벤트를 했던 기억이 있고, 한밤중에 담력 테스트를 한다고 둘씩 짝지어 어두운 밤길을 걸었다. 그 후 대학 친구들과 다시 찾았던 설악은 고교시절에 보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는 책을 읽는다기 보다 설악산의 풍경을 감상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설악산에서 작가가 보고 듣고 느꼈던 설악산의 매력을 다양한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보았던 설악산의 수많은 풍경 중 일부를 나 역시 보았을 것이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짙은 풀 내음과 어디서 들리는지도 모르게 재잘대던 새소리, 코끝 시리게 지나가던 바람 소리, 어두운 밤하늘에 쏟아질 것처럼 끝없이 펼쳐졌던 별자리들까지.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를 보면서 추억의 한자리에 남아 있던 설악산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 보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보아도 좋고 아무 데나 펴서 보아도 좋다. 빠르게 훑어보는 것보단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79575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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