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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Jan 30. 2020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떠나고 싶다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5

처음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을 쓴 작가는 20대 중반에 직업군인 생활과 이별을 고했고, 그때 받은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20대에 취재 차 태평양을 건넜고, 첫 발을 디딘 곳은 미국 LA, 로스앤젤레스였다.


출장 차 외국을 몇 번 다녀왔지만 대개 3~4일 정도였고, 길어도 1주일을 넘기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유롭게 어딘가로 떠나는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의 작가는 자신의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그가 전해주는 이국적인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수많은 여행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특별할 건 없어 보였다.


요즘엔 TV를 비롯해 홈쇼핑 등에서 수많은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수많은 여행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는 건 직접 경험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눈이나 발이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맛보고 느껴봐야 진짜 여행인 셈이다.


우리의 만남은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그 무엇이 아니다. 뜨뜻한 한 사발의 국밥이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이듯, 우린 다른 이를 만나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고 어제와 다른 우리가 된다.        - 56페이지



그럼 여행은 이런 게 전부일까?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의 작가는 약간은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보였다. 젊은 20대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오기 반 호기심 반으로. 여행을 하는 동안 집을 떠나온 후회도 있었고, 편안한(?) 직장을 그만둔 공허함도 느꼈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의 조우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은 친절한(?) 여행지 안내서가 아닌 여행에세이 책이다. 여행기를 가장한 개인의 여행 일기장이자 여행 견문록이다.  작가는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책을 쓰기까지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책은 시간 순서로 여행 과정을 나열하는 대신 장소에 따라 혹은 여행지에서 느꼈던 상황에 따라 떠올랐던 생각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떠올랐던 새로운 생각들이 곁들여져 있다.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다른 책의 구절을 인용해 생각의 파편들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막상 떠나보면 막연했던 이국적인 풍경에 대한 즐거움도 잠시, 현재 살고 있던 곳의 익숙한 풍경과 편안함을 그리워하게 된다. 겨울에는 따뜻한 이불을 꼭 끌어 안지만 더운 여름에는 홑이불도 갑갑할 때가 있듯이. 주었진 안정감과 편안함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다시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활화산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퍼져가는 햇빛. 밟고 서 있는 땅. 단단히 굳어가는 용암. 새로운 하루가,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 70페이지


황혼에 물든 논밭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빛나지만  그 햇살이 머무는 시간 동안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겐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의 풍경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비싼 여행비를 주고서라도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처음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을 때는 뭘 갖고 가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넣은 무거운 가방을 준비했었다. 여행의 경험이 쌓여 갈수록 이것저것 챙겨가는 대신 가서 보고 듣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출장 보고서를 쓰고, 행사 참관기를 기사로 썼을 때처럼, 이 책의 작가도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에 냄새를 맡고 손끝으로 혹은 발사이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책에 담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씩 떠오르는 그때의 감정들에 뭉클해지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향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은 그렇게 노래했다.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처럼 해가 바뀔 때마다 지금도 나는 자유롭게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또다시 현실이란 발목에 순응하며 살고 있지만. 설렘임과 두려움을 배낭에 메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 책 먼저 읽어보시기 바란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790166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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