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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Oct 08. 2021

와인에 빠지는 방법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15

와인에 빠지는 방법


해외 취재를 가게 되면 기내에서 맥주나 와인을 주문해서 마시곤 하는데, 와인은 두 종류밖에 몰랐다. 레드나 화이트. 현지에서 마시는 로컬 맥주도 좋지만 와인은 맛을 떠나 종류가 너무 많아 뭘 고를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Napa County)에 위치한 대규모 와인 생산지 나파 밸리에 가서도 엄청난 규모의 포토밭 농장을 둘러보고 와인 시음회에 참여했는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마셔봤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제대로 알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차례 했었다. 다만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번에 읽게 된 <와인에 빠지는 방법>은 정말 재미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와인의 세계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63가지 포도 품종과 각 품종의 시음 노트 정도는 외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용어가 아니라 직접 와인 한 잔을 따라놓고 마시면서 와인 세계로 풍덩 뛰어들어 보라고 이야기했다.


와인 용어 중에는 프랑스어가 많이 섞여 있다. 프랑스 산 와인이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것과 비례하는데, 수많은 용어들 중에서 몇 가지 관심 있던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빈티지'란 말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하는데, 와인병에 적은 연도다. 와인은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오래될수록 더 비싸진다. 포토밭은 프랑스어로 '크뤼'라고 하는데, '그랑 크뤼'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포도밭을 법적으로 분류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렇게 몇 가지 용어만 살펴봤을 뿐인데도 새로운 세계에 푹 빠질 것 같다. 


와인에 빠지는 방법


이 책은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와인을 소개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시작으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는지,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와인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등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알아야 한다. 법이나 경제, IT는 물론 수많은 분야에서 해당 분야만의 전문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 들어 본 용어 중에 '블렌드'라도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됐다. 블렌드는 두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와인메이커가 사용하는 양조 방식에 따라 포도를 혼합하는 방법과 시점이 달라진다. 블렌드 와인은 보통 묵직하고, 과즙이 풍부하며,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로 만든다고 한다. 


그럼 '산도'는 무슨 말일까? 오렌지, 레몬 등을 먹어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와인에서도 산은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와인 맛을 설명할 때도 쓰이고, 와인의 숙성 가능 기간에도 영향을 준다. 피노 누아나 리슬링처럼 산도 높은 와인은 대체로 오래 저장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점점 좋아진다. 마치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장도 오래되면 깊은 맛을 내는 것과 닮았다. 와인을 숙성하면 산, 알코올, 화합물이 여러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여 특징을 변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맛과 향, 색이 달라진다. 와인의 숙성은 포도 품종, 산도, 타닌, 양조 방식, 그리고 빈티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어떤 와인은 이 과정을 통해 매우 맛있는 와인이 된다고 한다.


와인에 빠지는 방법


와인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지 궁금했다. 발효를 거쳐서 알코올로 변한 포도즙을 보통 와인이라고 한다. 즙에 포함된 당분이 효모와 만날 때 발효가 일어나는데, 와인을 이야기할 때 이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와인 제조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정도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방법도 다양하다. 또한 와인 메이커마다 다른 생산 과정을 거치는 등 복잡하다.


와인 만드는 과정을 잠깐 살펴보면, 나무에서 포도를 딴 후 압착해서 과즙과 껍질 및 줄기를 분리한다. 압착할 때는 발로 밟거나 기계를 사용하고, 과즙을 얻은 후 와인메이커는 껍질을 과즙에 담근다. 이때 와인에 풍미와 색깔을 더해줄 것인지 바로 건져낼 것인지를 결정한다. 오래 담가놓을수록 더 진해지는데, 이 과정을 '침용'이라고 부르고 보통 2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침용이 끝나면 펌프로 와인을 퍼서 다른 통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 부분이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숙성이 진행되는 통의 재질(오크, 시멘트, 스테인리스 스틸 등)에 따라 다양해진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몇 개월에서 1년까지 숙성시키고, 레드 와인은 6개월에서 3년까지 숙성시킨다.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아 코르크로 막고, 병안에서 추가 숙성을 시키거나 취향에 따라 마시면 된다.



사실 책 한 권 봤다고 해서 와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와인의 세계에 조금은 더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다. 좋아하는 맥주 브랜드처럼 와인도 몇 가지 브랜드를 정해 놓고 마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오프너(크로스스크루)도 있어야 하고, 와인잔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시중에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의 와인 잔이 있지만 다목적 잔 한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컵이나 대접 같은 그릇 대신 되도록이면 와인 잔에 마셔야 제대로 와인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기본 와인 잔의 모양은 향이 저절로 올라오도록 해주며, 향을 맡는 것은 와인을 마시는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향기는 강렬한 기억과 관련 있는 생각들을 떠오르게 해주고 와인을 더 마시기 좋게 만들어 준다. 코르크의 박테리아나 잘못된 보관으로 인해 와인이 변질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향을 맡는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다른 사람들과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경우에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와인 용어를 비롯해 와인에 대해 잘 몰라서 물어보기가 민망했던 궁금증, 그리고 와인에 얽힌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또한 내 입에 맞는 와인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어떤 장소인지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은 어떻게 고르는지 등에 대해 재미난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해 주고 있어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와인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제우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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