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우리 부모님은 우리 사형제를 양육하며 매를 들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를 키울 때 주위 사람들에게 "언니는 매도 들지 않는데, 애들이 말을 잘 듣고 잘 크네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실 때가 있다. 그러면서 꼭 덧붙이는 말이, 우리 넷 모두 매를 들만한 일을 한 적이 없고 알아서 잘 컸다고 하셨다.
물론 그런 엄마도 딱 두 번 매를 든 적이 있다는데, 한 번은 오빠의 고집 때문이었고, 한 번은 할머니가 잘 먹지 않는 오빠를 두고 '자식도 뭣 같이 낳았다'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일을 두고 종종 후회를 했고, 수년 전 이미 어른이 된 오빠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오빠가 뭐래?'라고 물었더니.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 어릴 땐, 학교에서도 체벌이 있었고, 같은 반 친구들과의 투닥거림도 자주 있던 시절이다. 매를 들지 않았던 엄마지만, 속으로는 학창 시절 우리가 맞고 오면 속이 아팠고, 우리가 때리고 오면 속 시원했다고 진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훈육을 이유로 매를 든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아이를 매로 훈육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사실 이글을 쓰게 된 이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내가 얼굴을 아는 그 아이들'을 매로 훈육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안 때리면 안 되겠냐'라고 물었다. 그 외에는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때리자면 때려야 할 이유가 충분하므로. 아이들은 힘이 없다. 때리면 맞아야 한다. 나는 그저 힘 약한 사람에게 휘두르는 저 권력이 진짜 권력일까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할 뿐이다.
가장 따뜻해야 할 가정이라는 보금자리 안에서 내 애가 매를 맞고 큰다. 아이에게 우주인 엄마 아빠에게 훈육이라는 이유로 내 아이가 나에게 매를 맞는다. (과연 아이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잘못이 있을까. ) 그렇게 자란 아이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맞을 수 있는 사람이고, 때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자동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또한 내가 내 아이에게 매를 들고 훈육하면서, 다른 곳에서 맞지 말라고, 차라리 때리라고, 그런 자신감에 찬 발언도... 대체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소중한 나의 아이를 가장 많이 때리고 있는 사람은 부모인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부모라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실제로 가끔 사회면에서 양부모의 끔찍한 아이 학대사건이 보도되곤 하는데, 사실 친부모가 그 이상으로 학대하며, 학대비율도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물론 매가 아닌 언어폭력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상처는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여러 곳에서 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가정에서 내 아이를 대하는 대로, 세상이 내 아이를 대할 수 있다는 것. 잘못을 했을 때, 알아들을 수 있을 여러 번 설명했는지 묻고 싶다. 나의 인내심을 탓해본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오냐오냐, 가 좋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좋은 말로 할 수 있는 부모인 나를 기르라는 말이다. 나도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떼를 쓸 때, 내 안의 마녀가 나오려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내 속도로 아이의 속도를 잴 때 등...
집안에서 혼내지 않은 아이는 집밖에서 혼난다는 말 역시 절대 동의한다. 문제는 늘 방법인 것이다.
모두 다 꽃이야, 정말 좋은 노래.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노래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언니는 그 당시 가정상황이 어지러울 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사실 나는 그 상황은 잘 모른다, 엄마는 진짜 부정적인 일은 말해주시지 않는다.) 우리 증조할머니께서, 눈만 뜨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아라, 사람들에게서 사랑 많이 받아라', 입버릇처럼 말하셨다고 한다.
언니는 실제로 한국, 외국 여기저기 옮겨가며? 살고 있는데, 어딜 가나 이상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다 귀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