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다르기니....
내 아이의 사회생활을 응원한다.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다르기 있니 없기?라고 묻고 싶다.
어린이집에서 똑똑 박사, 집에서는 엉망박사다. (어차피 모두 박사긴 하네.)
보통 엄마아빠는 퇴근이 빠르지 않아서, 하원시킬 때 종종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먼저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설명을 길게 해 주신다.
선생님은 부모가 듣기 좋은 말을 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보통 걸러서 듣기 일쑤다.
"아니, 다른 아이들도 보통 다 그렇지 않나요?" 나와 남편이 선생님께 똑같이 한 말이라고 한다.
"아니, 어머니, 아버지... 다르다니까요. 정말 뭐 하나 허투루 보지 않아요. 아주 똑똑 박사라니까요."
우리는 대답하고 싶다. "아니, 선생님.... 다르다니까요, 집에서는 아주 엉망이라니까요." 하고 싶으나...
우리 새끼다.....
사실 정말 고마운 말씀이다. 이번 주는 어린이집에서 마트 놀이를 하는데, 사진을 보니 키오스크에, 장난감들에 제법 멋지다. 중요한 것은, 놀이 중 우리 아이가 친구들이 연필에 관심이 없어해서, 가격을 내렸단다. 그렇게 판매를 유도하다가 애들이 많아지니 다시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아빠는, 그 말을 나에게 조용히 전달하며 사뭇 '감격한(?) 표정'이다.
아, 소소한 투자에 종종 실패하는 엄마를 닮진 않았네, 마음속으로 나도 조용히 감탄한다. 아이가 뭔가 경제적인 관념이 생겼나? 갑자기 엄마의 과대망상이 시작된다. 그런데 부푼 꿈을 안고, 2500원짜리 2개면 얼마지? 했더니 평소 잘하던 계산을 오히려 헤맨다. 더하기 빼기에 관심이 많아서 보통 천 단위까지 잘했었는데, 뭐지, 그때그때 다른가... 하며, 쉽게 설명해 본다. 이번엔 그저 짜증 내지 않고 들어줘 고맙다.
며칠 날도 참으로 더워서, 오늘은 마음 먹고 1차로 도서관 피서, 2차로 카페 피서를 나왔다.
검색해서 빌리려던 어린이 경제책은, 아쉽지만 두 번 허탕이다. 차 안에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 이따가는 마트에 가야 해."
"왜?"
"엄마가 나 헬로카봇 사 줘야 하니까."
"무슨 날이야?"
"아니."
"그럼 왜 내가 사 줘야 해? 네 돈으로 사든지.."
"알았어. 그럼 내 돈으로 살게. 그런데, 난 카드가 없네."
도대체 우리는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어린이집 생활과 우리 집 생활이 너무 다른 우리 아이...
잘 크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경제책은 반드시 많이 읽혀야겠다. 선생님 말은 전적으로 믿기로 했지만, 뭔가 엉켜있음은 분명하다.
아들, 엄마 아빠가 물려줄 것 없으니, 스스로 배워 탄탄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