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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서운 이야기

앞으로 기대해~~

by 커피콩

기어 다니는 아이를 매트 안에 가두어 놓아도,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탈출을 시도했고,


어느새 욕실 앞 발판에서 놀고 있다거나, 청소 밀대를 건드려서 넘어트리거나 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티슈를 빨고 있으면 너무 놀라 달려가던 내 마음은 그저 내 마음이고,


사실 아이는 물고 빨고 하면서, 아주 정상으로 그렇게 잘 크고 있었다.






수다는 피로회복제, 작아진 마음에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나 나이 들어서 그런지 애 잡으러 다니는 거 너무 힘들어. 그리고 다칠까 봐 너무 겁나... 그랬더니 하는 말,


친구야 친구야, 내가 정말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앞으로 더 힘들 거라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힘 아껴가며 키워라.. 하더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들이 나열되었다.


기어 다닐 때가 편하다, 앞으로 걸어 다니면 잡으러 뛰어다녀야 하고, 말 시작해서 얼마 안 되면 말대답 시작할 거라는 이야기 등등, 걸걸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육아는 그야말로 장기전'이라는 이야기를 나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떠올랐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 이제 내가 일부분 모두 겪어낸 이야기가 되었고, 나보다 더 늦은 출산을 한 친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나는 저 말을 누구에게도 전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지내고 있지만, 육아는 정말 시기시기마다 숙제를 안겨주는 게 사실이다.




더 아기였을 때, 넘어질까 다칠까, 덜컥 덜컥 겁을 내는 상황도 많았고,


말 안 듣는 꼬맹이에게 어떻게 예의를 가르칠까... 하는 생각에

매번 육아유튜브랑 책을 찾아보는

지금 역시.....



우리가족이 정말 좋아하는 김영진 작가님 책 <엄마가 달려갈게> 중





금세 배움을 잊고 엄마 호랑이가 되기 일쑤지만,

그래도 늙어 육아하니, 인내심은 조금 양념처럼 자동 채워진다.


물론 아이는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가 기다려주지 않는다 느낄 수도 있다는 함정이 있지만....







요즘 나는 가는 시간이 자꾸 아깝다. 저 꼬맹이 덜컥 커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그래서 인내심이 더해지기도 한다.

힘들 때, 그때마다 읽는 이 글 역시, 나의 육아동지, 매번 눈물이 핑 돌게 한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 간

아카시아 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가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 보겠지.

-나희덕의 <그녀에게>에 수록된 '오 분간' 중에서




정말 무서운 이야기는 사실,

가 버리는 시간,

어쩌면 아이를 품에 꼭 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가는 게 제일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니 더 잘 지내보자는 다짐을 매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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