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왜 노력하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by 새벽별반짝

많은 이들이 열심히 사는 사람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노력이 가상하다, 열정적이다, 정신력이 강하다, ...'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노력은 인생의 필수 덕목, 열정은 안 열릴 문도 활짝 열어주는 마법의 열쇠, 포기는 나약한 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았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목적 없이.

대학생 때는 줄곧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했다. 중국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 어학연수를 갔을 때는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수업하고 일을 갔다. 당시 유일하게 모든 것을 멈추고 쉬었을 때가 딱 일주일 있었다. 바로 대상포진에 걸려 앓아누웠을 때였다. 석사 지원을 할 무렵에는 면세점에서 일하며 유학자금을 모았다. 일하고 남는 시간은 모두 서류 준비와 중국어 공부에 쏟아부었다. (이 무렵의 이야기: "집에 돈이 좀 많나 보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석사 일 년 차가 끝날 무렵에는 인턴에 지원했다. 그때 채용 담당자분께 이런 말을 들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일 년 동안 해냈는지 믿기지 않아요. 이력서를 읽는 것만으로 정말 오래간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그렇지만 아마도 그리고 너무나 아쉽게도 나는 그분의 기대에 온전히 부응해드리지 못한 인턴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오래지 않아 우울증이 내 마음을 완전히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왜 노력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마구 밟았지만 왜 액셀을 밟아야 하는지, 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하나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엔진이 폭발해 버려도, 시동이 꺼져 버려도, 길을 잃거나 무언가를 들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 셈이다. 그리고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다. 엔진은 그대로 꺼져 버렸다.



가만히 서 있기가 두려워서 일단 달렸다

나는 내가 뭣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진 게 없고 능력도 없으니 이대로는 이 세상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이 세상에서 낙오될 것 같았다. 노력해서 뭐라도 하나씩 가지면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달렸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달렸다.


많은 이들이 노력하는 사람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모든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노력에도 종류가 있다. 해도 되는 노력이 있고 오히려 독이 되는 노력도 있다. 누군가의 행동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이유다. 노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노력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왜 거기로 가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 없이 달려서는 안 된다. 그런 고민 없이 무작정 달린다면 그 길 위에서 점점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왜 노력하는 것일까

우울증을 계기로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가 꿈꾸는 지점이 있어서 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달리고 있는 것인가? 여태껏 나는 후자였다. 그랬기에 내 마음이 우울증에 잠식당한 것이었다. 다시 나에게 물어야 했다. 내가 바라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바라는 나의 생활은 어떤 모습인지? 나의 건강, 감정, 에너지, 시간을 바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무렵 나는 박사과정에 도전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 모든 질문의 끝에서 얻은 결론은 yes였다. 그랬기에 도전했다.


'왜 노력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면 잠시 노력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진짜 어디로 가고 싶은 거니? 어디로 가는 데 너의 노력을 바치고 싶니?'라고 말이다.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안 어쩌면 멈춰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아무 곳을 향해 달려서는 안 된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출발해도 괜찮다. '왜 노력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노력은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불길과도 같다. 그 노력의 끝에서 재만 남은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그러했듯 말이다.




표지 사진: Photo by Kyl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