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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Aug 18. 2019

중국 공유 자전거의 제왕 오포ofo는 왜 몰락했을까?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이 글은 오포(ofo)의 간략한 성공 과정을 소개하고, 몰락의 원인을 경영 및 소비자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말, 오포의 '야반도주'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글('야반도주'로 막 내린 ofo(오포) 5년의 이야기)에서 관련 내용, 중국 공유경제 산업에 미칠 영향, 그리고 향후 전망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




자전거 타는 사람 모양을 닮은 기업 이름 ofo. 이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2016년에서 2018년 무렵에 중국에 와 보신 분이라면 도시 어디서든 눈에 띄는 샛노랑 자전거를 여러 번 보셨을 테고요. 혹은 오포(ofo)가 2018년 1월 한국 부산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접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2014년 북경대학교 출신의 다이웨이(戴威)가 창업한 오포(ofo)는 2017년 태국,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러시아, 네덜란드, 미국, 영국 등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고, 그해 10월에는 하루 이용 건수가 3,20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시장 가치가 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승승장구하던 오포는 2019년 현재 대부분 도시에서 더 이상 운영을 하지 못해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렀는데요. 무엇이 이처럼 오포를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도록 만들었을까요?



■ 중국의 거대한 공유 자전거 생태계와 1위 기업 오포


중국의 2000년대 중반 출근길 풍경.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중국에서 자전거는 오랫동안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넓은 땅과 많은 인구 때문인지 중국은 도로도 건물도 거대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이 모든 지역을 다 커버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도심 곳곳을 빠르게 누빌 수 있는 자전거가 중국인들의 발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전기 배터리 오토바이가 보급되었지만, 비싼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수많은 중국인들은 여전히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 오토바이 '띠엔동쳐(电动车)'. 가격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약 3000위안(한화 약 51만 원)부터 9000위안(한화 약 154만 원)까지 다양하다. (사진=바이두)


그러나 자전거는 어디까지나 보조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때는 자전거를 묶어두었다 다시 찾으러 와야 했고 도둑맞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습니다. 다이웨이는 자전거 사용의 이러한 불편함을 포착했고 '공유 자전거'라는 개념을 생각해냈습니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근처에 있는 자전거를 타되 내리고 나서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죠. 그는 2014년 3월 오포(ofo)를 창업하고 2015년 9월 북경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6년 두 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베이징, 상하이, 청두, 샤먼 등 중국 전역으로 진출하게 되었죠.


오포(ofo)의 자금 조달 연혁. (자료원=오포(ofo) 공식 홈페이지. 코트라(kotra) 해외시장뉴스에서 재인용)


2017년 오포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공유자전거 업계에서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 업체가 되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성장하여 전 세계 21개국에 회원 2억 명을 보유할 정도가 되었죠.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한화 약 3조 6,33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 2018년 겨울, 날개를 잃고 추락한 오포

2018년 10월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웨이신(微信, Wechat)에 '오포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오포는 이를 부인했지만 곧이어 9개의 자전거 제조사에 제조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포의 위기가 기정사실이 되자 소비자들 중 일부는 북경 중관촌(中关村)의 오포 본사로 달려갔습니다. 오포 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보증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그 금액은 가입 시기에 따라 99위안(한화 약 1만 7,010 원)또는 199위안(한화 약 3만 4,192 원)이죠.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이 4623위안(한화 약 79만 4,323원)이라고 합니다. 지역과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오포의 보증금이 많은 이들에게 적은 돈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죠.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이들의 행렬이 오포 본사에 길게 이어졌습니다.


2018년 12월 중순 무렵, 보증금을 환불받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오포 본사 밖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바이두)


이미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오포는 보증금을 환불해줄 능력이 없었습니다. 2018년 11월 보도에 따르면 이미 누적 적자가 64억 9600만 위안(한화 약 1조 1,161억 원)에 달하는 상태였습니다. 이 중 고객 보증금이 36억 5000만 위안(한화 약 6,271억 4,300만 원, 공급상에게 진 부채가 10억 2000만 위안(한화 약 1,752억 5,640만 원)이었죠.



■ 경영 관점에서 본 오포 몰락의 원인

오포가 몰락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지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본 원인이죠. 우선 첫 번째는 부실한 수익창출 모델 문제입니다. 오포는 빠른 확장과 시장 점유율 증대를 위해 보증금 면제 정책을 펼치곤 했습니다. 특히 학생은 학생증 사진을 제출하면 보증금 없이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었죠. 게다가 이용 요금도 한 번 사용 시 기본요금이 1위안(한화 약 170원)으로 지나치게 낮았습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2017년 하반기에는 1위안에 30일 이용권까지 출시했죠. 애초에 주 서비스인 자전거 대여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7년 9월부터 중국 정부가 자전거 부착 광고를 금지했습니다. 자전거 한 대당 160위안(한화 약 2만 7,000 원)을 받던 수익원이 사라졌죠.


두 번째는 자금 운용 문제입니다. 오포는 투자로 유치한 거대한 자금을 소모적으로 사용했습니다. EXO의 전 멤버인 루한(鹿晗)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데 1000만 위안(한화 약 17억 1,820만 원)을 쓰거나,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72억 위안(한화 약 1조 2,371억 원)을 들여 1200만 대의 자전거를 찍어내거나 했죠. 이 자전거들은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평균 15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즉 질이 나쁜 자전거를 무작정 많이 찍어내느라 자금을 소모한 것이죠.


세 번째는 출구 전략의 실패입니다. 2018년 초 오포 내·외부의 많은 이들이 인수합병을 주장했습니다. 경쟁사인 모바이크(摩拜, Mobike)는 2018년 4월 메이투안(美团)에 인수되며 자금을 수혈받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다만 모바이크의 창업자인 호위위(胡瑋煒)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죠. 오포 역시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했으나, 창업자 다이웨이(戴威)는 메이투안이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조건에 반발했습니다. 게다가 2018년 8월 하순, 디디추싱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이 기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디디의 상황이 어려워졌고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 사용자 관점에서 본 오포 몰락의 원인

그리고 저는 한 명의 사용자로서 오포가 실패한 원인을 한 가지 더 지적하려고 합니다. 저는 매일 하루 평균 4차례 정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이용하는 날은 하루에 8대의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주로 이용해본 것은 오포, 모바이크, 알리바바의 헬로바이크(哈喽单车, hellobike) 세 가지입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오포는 '다시 타고 싶지 않은 자전거'였습니다. 오포는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 무엇을 기대할까'라는 점을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았어요. 넘쳐나는 자금을 사용자의 니즈와 동떨어진 곳에 쏟아부었습니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니즈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자전거가 타기에 좋을 것', 또 하나는 '필요할 때 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면서부터 자전거에도 승차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체가 가벼워 페달을 힘껏 밟지 않아도 앞으로 잘 나가거나, 안장에 충격 완화 스프링이 달려 있어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자전거가 덜컹거리지 않는 것처럼요. 또한 역 입구, 기숙사 앞, 학교 도서관 앞, 학교 식당 앞과 같이 내가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거점'에 자전거를 부지런히 옮겨다 놓아서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전거 살 돈이 없어서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전거를 계속 신경 써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려고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자전거 타고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수업이 끝나고 자전거가 없는 친구와 기숙사로 같이 돌아와야 한다면 저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와야겠죠. 혹은 출근길에 역에다가 자전거를 세워놓고 왔는데, 퇴근길에 다른 곳을 들르고 싶지만 아까 그 역에 가서 세워놓은 자전거를 챙겨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불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유 자전거를 탑니다.


오포의 자전거는 부실합니다. 페달을 힘껏 밟느라 허벅지가 아팠고, 안장 조절이 어려워 무릎이 아팠고, 길을 다니는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엉덩이도 아팠습니다. 반면 오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모바이크는 초창기부터 직접 디자인한 자전거 모델을 사용했고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한 자전거 모델을 내놓았죠. 또한 자전거 부품 도난을 막기 위해 자체적인 부품을 사용했고, 자전거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추적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자전거마다 GPS 추적기와 태양전지 패널(2차 업그레이드 모델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동력원으로 삼기도 하였으나 페달이 너무 무거워져서 다시 태양전지 동력원으로 바뀌었음)을 달아 자전거의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흩어진 자전거를 더 빠르게 수집하여 사용자가 필요한 곳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그 결과 오포와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죠. 모바이크는 현재 한 달 사용권에 23위안(한화 약 4,000원)을 받고 있지만, 수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모바이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거의 차이를 보여드리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한번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오포와 경쟁사 모바이크의 안장 비교



오포와 경쟁사 자전거들의 몸체 비교. 오포의 자전거는 한눈에 봐도 부실합니다. 직접 타 보면 그 차이가 온몸에 전해집니다.
모바이크의 신형 자전거. 안장 아래를 보면 조정이 쉽도록 안장 조절 손잡이를 달았고 눈금도 그려져 있다. 바구니 바닥의 검은 판이 추적장치의 동력원이 되는 태양열 에너지 패널이다.


오포의 몰락에 힘입어 세를 확장하고 있는 블루고고(小蓝单车, bluegogo). 오포보다 몸체가 튼튼해 보인다. 아직 타본 적은 없다.


결국 디디추싱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공유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칭쥐딴쳐(青桔单车)는 최근 북경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몸체가 튼튼해 보인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오포는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요즘 북경에서 오포 자전거는 그 수량이 매우 적어졌고 남은 자전거들조차 보수가 되지 않아 낡아가는 모습입니다. 오포 본사가 위치한 북경이 이러할진대 다른 도시는 아마 이보다 못한 상황이겠지요. 거대한 자본을 유치하며 승승장구했던 오포. 이제는 무대에서 퇴장하는 쓸쓸한 뒷모습만 남았습니다. 오포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본질을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합니다.




*2019년 9월 1일 내용 추가

북경시 교통위원회의 소식에 따르면, 디디추싱과 모바이크는 북경시에 현재 보급되어 있는 자전거의 수를 2019년 말까지 50% 감축할 것이라고 합니다. 디디추싱은 시아오란단쳐(小蓝单车, BlueGoGo)를 합병해서 칭쥐(青桔)로 이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메이투안은 모바이크를 합병해서 노랑색의 모바이메이투안(摩拜美团)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신징보(新京报) 2019.08.28)


이제는 중국 공유자전거 업계가 디디추싱과 메이투안 양자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보급중인 자전거는, 위의 칭쥐 자전거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상당한 고품질을 자랑합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자전거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을 하며 치킨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여 경쟁하는 모습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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