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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Feb 28. 2020

우리 모두에게는 "컨셉"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캐릭터로 무대 위에서 숨 쉴 것인가에 관한 고민

나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내가 브런치에 이런 말을 쓴 걸 보면 동생의 공주병이 더 심해질까 두렵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그냥 솔직하게 쓰자면 동생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어릴 때부터 나는 늘 동생을 애지중지하며 데리고 다녔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통통한 볼, 새하얀 피부 위의 까맣고 커다란 눈망울, 눈을 깜빡일 때마다 오르내리는 길고 촘촘한 검은 속눈썹, 발그레한 뺨이 자아내는 귀여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동생의 외모는 여전하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동생을 "참 예쁜 그 사람"이라고만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생과 함께 다니는 체육관, 자주 다니는 카페 같은 곳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동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동생 분은 예쁜 데다가 예의도 참 바르신 것 같아요"
"동생 분은 예쁜 데다가 성격도 참 밝으신 것 같아요"



자고로 좋은 말은 얼른 당사자에게 전해주어야 말한 사람도 전한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은 법이지.

나는 동생에게 곧장 사람들의 칭찬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너를 온미녀라고 생각하나 봐. 차가운 냉미녀 말고 따뜻한 온미녀(温美女)."


그런데 이어지는 동생의 대답 나를 내심 놀라게 했다.


"그럼~ 그게 내 컨셉이거든~"


Photo by Belinda Fewings on Unsplash


동생의 주장은 이러했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배우나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컨셉"을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지,
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고
그렇게 해서 정한 "컨셉"대로 행동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편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 역시 나를 정말 그 "컨셉"으로 기억해 주거든



나는 동생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컨셉을 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지, 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컨셉은 자아성찰의 결과물이고, 삶의 지향점에 대한 표현이고, 나의 가치판단의 결정체일 터였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될 수는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 위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칠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의 나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컨셉은 '나는 나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자아성찰의 결과물이다.


그러고 나서 어떤 컨셉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곧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 삶의 무대 위에서 어떤 캐릭터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컨셉은 또한 내 삶의 지향점에 대한 표현이다.


동시에 컨셉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곧 컨셉이 나의 행동 준거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절대적인 선(善)도, 절대적인 옳고 그름도 없을 때가 많다. 우리가 매 순간 맞닥뜨리는 상황에는 언제나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하며,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가 어떤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가?'에 대한 답을 따른다.


동생은 '온미녀'라는 컨셉을 정함으로써,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가치를 중시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 컨셉을 따르자면, 동생은 설령 아무리 바쁘고 힘든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시간이나 돈과 같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류, 함께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컨셉은 또한 나의 가치판단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찰의 시간, 고민의 과정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 삶의 무대 위에서 어떤 캐릭터로 숨 쉴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꼭 동생의 말처럼 "컨셉"을 정하지는 않더라도, "컨셉"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한 번쯤 눈여겨 볼만한 이유이다.



Photo by Kyle Head on Unsplash




덧붙이는 말

사실 '컨셉'이라는 단어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단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Concept'라는 단어는 '컨셉'이 아니라 '콘셉트'라고 읽어야 합니다. 또한 '어떤 작품이나 제품, 공연, 행사 따위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을 의미하는 '콘셉트'는 '개념'이라는 우리말로 순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는 동생과 나누었던 대화의 어감을 살리기 위해, 당시 대화를 나누며 사용했던 '컨셉'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점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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