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天空里挂口袋——装疯(风)
비닐봉투 한 장을 허공에 걸어두려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자.
허공에 비닐봉투를 걸어둘 수 있을까? 없다.
그럼 이 사람을 보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저 사람 미쳤나?’
라고 생각할 것이다.
허공에 봉투를 거니——바람만 담긴다
半天空里挂口袋——装疯(风)
이 헐후어는 바로 중국어의 “해음(谐音, xié yīn)”을 이용한 헐후어이다.
중국어의 “해음”이란, 같은 소리 또는 비슷한 소리를 이용해서 특정 단어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언어 유희를 의미한다.
그러나 “언어 유희”라는 표현으로 단순화하기에는 중국인의 언어, 생활, 관습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은 숫자 6, 8, 9를 좋아하고 3, 4, 7은 싫어한다.
숫자 6을 뜻하는 리우(六(liù)), 8을 뜻하는 빠(八(bā)), 9를 뜻하는 지우(九(jiǔ))의 발음은 각각
순조롭다는 뜻의 리우(流(liú)), 돈을 번다는 뜻의 파차이(发财(fācái)), 오래다는 뜻을 가진 지우(久(jiǔ))와 비슷하다.
반면 숫자 3을 뜻하는 싼(三(sān)), 4를 뜻하는 쓰(四(sì)), 7을 뜻하는 치(七(qī))는 그 발음이 각각
흩어지다, 헤어지다를 뜻하는 싼(散(sǎn)), 죽다라는 뜻의 쓰(四(sǐ)), 화를 내다라는 뜻의 셩치(生气(shēng qì))와 비슷하다.
또한 중국인들은 상대방에게 술, 귤을 선물하기는 좋아하지만 배, 시계, 우산, 거북이 및 이와 관련된 물건은 선물하지 않는다.
술을 뜻하는 지우(酒(jiǔ))의 발음이 오래가다라는 뜻을 가진 지우(久(jiǔ))와 같아 상대방과의 관계가 오래 가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고
귤을 뜻하는 쥐즈(橘子(júzi))의 발음은 길하다라는 뜻을 가진 지리(吉利(jílì))와 비슷해 상대방에게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반면 시계를 주다라는 뜻을 가진 쏭쭝(送锺(sòngzhōng))의 발음은 장례를 치르다라는 뜻을 가진 쏭쭝(送终(sòngzhōng))과 발음이 같고
배를 뜻하는 리(梨(lí))의 발음은 이별하다, 떠나다라는 뜻을 가진 리(离(lí))와 발음이 같으며
우산을 뜻하는 싼(伞(sǎn))은 헤어지다라는 뜻의 싼(散(sǎn))과 발음이 같고
거북이를 뜻하는 꾸이(龟(guī))는 귀신을 뜻하는 꾸이(鬼(guǐ))와 발음이 비슷하다.
해음 현상에서 비롯된 이러한 문화적 현상에 “해음 문화”라는 이름이 붙었을 만큼
중국어의 해음 현상은 중국인의 생활과 관습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해음 현상은 또한 언어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의 헐후어로 돌아와서,
허공에 봉투를 거니——바람만 담긴다
半天空里挂口袋——装疯(风)
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람만 담긴다”라는 의미를 가진 쫭펑(装风(zhuāng fēng))이다.
“미친 척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쫭펑(装疯(zhuāngfēng))과 발음이 같다.
만약 중국인 두 명이 대화하는데 한 명이 “허공에 봉투를 걸고 있네!”라고 말한다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그 뒷 말인 ‘쫭펑(바람이 담긴다)’이 떠오를 것이고
뒤이어 발음이 같은 ‘쫭펑(미친 척 하다)’이 연상될 것이다.
따라서, 이 헐후어의 진짜 의미는
허공에 봉투를 거니——미친 척 하네
半天空里挂口袋——装疯(风)
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헐후어를 언제 쓰는 것일까?
조금 과격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은근히 쓸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왕조 시대를 상상해 보자.
학문적 재능은 특출나지만 자신을 비호해 줄 세력이 약한 한 문인이 조정의 부름을 받지 않기 위해 “미친 척”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미친 척”이라는 표현은 “멍청한 척”이라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분명히 알아듣고도 못 알아듣는 척, 이해하지 못하는 척 딴청을 피우거나 딴소리를 하는 모습을 묘사할 때도 이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여주인공들이 한 공주를 도와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공주는 원치 않게 중국 황제에게 시집보내졌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그녀가 황궁을 나가 원래 사랑했던 남자와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화가 난 황제는 주인공을 찾아와 캐묻는다. “너 왜 그 공주를 황궁 밖으로 내보냈니?”
주인공은 황제의 말을 뻔히 알아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바보같은 대답을 반복한다.
“네??? 그 공주요??? 그 공주가 어딜 갔어요??? 황궁에 있는 것 아니에요??? 황궁에 있잖아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와~ 저 주인공이 허공에 봉투를 거니——미친 척을 하고 있네!(半天空里挂口袋——装疯(风))”
덧붙여서, 이 헐후어는 “일부러 미친 척하다. 멍청한 척하다”라는 의미의 성어인 “쫭펑마이샤(装疯卖傻[zhuāng fēng mài shǎ])”와도 일맥상통한다.
아직 중국어의 꽃 '헐후어(歇后語)'를 모르신다면?
참고한 글: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위키백과 "해음", 바이두백과 "해음"(百度百科“谐音”)
도움 말씀 주신 분: 염교 선생님(闫姣老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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