城门里扛竹竿——直进直出
일을 함에 있어서 아주 간단하게, 혹은 '대충' 처리함을 묘사하는 헐후어가 하나 있다.
긴 대나무 장대가 성문을 지나가려니——눕혀서 들어가고 눕혀서 나온다
城门里扛竹竿——直进直出
긴 대나무 장대를 들고 성문을 통과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장대를 똑바로 세워서 들고서는 지나가기가 어렵다. 성문 위쪽에 걸리기 때문이다.
장대를 가로로 눕혀서 지나가면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모두 거침 없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장대를 가로로 눕혀서 드나드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헐후어는
1. 일을 함에 있어서 간단하게, 혹은 거침 없이 해냄을 묘사하기도 하고(좋은 의미)
2. 일을 성의 없이, 대충 하는 것을 묘사하기도 한다(나쁜 의미).
예를 들어 보자.
A는 신입사원으로 한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거래처와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위치는 어디가 좋을지, 시간은 언제로 잡아야 하는지, 누구를 데려가야 할지... 이에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는 A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A식당 아니면 B식당 정도로 해. 위치와 가격대도 적당할 뿐더러, 이 두 식당 안쪽엔 깔끔한 룸이 있어서 이야기 나누기에 좋거든. 날짜는 다음 주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 다른 날에는 팀장님이 다른 식사 자리가 있으셔."
라며 단번에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마치 긴 대나무 장대가 성문을 한 번에 통과하듯이, 아주 깔끔하게 말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A 팀장은 팀원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는데, 가져온 보고서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
다시 작성해 오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다음날, 해당 팀원이 가져온 보고서는 어제의 보고서와 별 차이가 없다.
팀장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 뭐가 달라진거야? 자네, 대나무 장대가 성문 지나가듯이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데?(=일을 대충 하는 것 같은데?)"
결국 이 헐후어는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것과 일을 대충 처리한다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참 많이 다른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묘사할 수 있는 헐후어인 셈이다.
아직 중국어의 꽃 '헐후어(歇后語)'를 모르신다면?
표지 사진: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참고한 글: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도움 말씀 주신 분: 염교 선생님(闫姣老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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