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헐후어] 용왕 묘에 홍수를 내다니

大水冲倒龙王庙——一家人不认一家人

by 새벽별반짝

우리에게 '용' 그리고 '용왕'이 익숙한 만큼, 중국에서 참 흔히 쓰이는 헐후어가 하나 있다.


용왕 묘에 홍수를 내다니——한 집 식구가 같은 집 식구를 못 알아보네
大水冲倒龙王庙——一家人不认一家人


한국에서 용은 바람과 구름의 조화를 다스리는 "물의 신(水神)" 또는 "바다의 신(海神)"으로 여겨졌다. 중국에서도 용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용왕은 이 세상 물과 비를 관장하는 용 중에서도 가장 높은 존재다.

그런 용왕을 모시는 사당인 용왕묘에 홍수를 낸다...?

정말이지 '한 집 식구를 공격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림 출처: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한 집 식구끼리 고의로 서로를 공격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용왕묘에 홍수를 내는, 즉 한 집 식구를 공격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것이 용왕묘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 헐후어는 '서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오해와 충돌이 벌어진 상황'을 가리킨다.


'서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오해와 충돌이 벌어진 상황'?

언뜻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헐후어는 예시를 살펴보면 좋다.


예를 들어보자.

백화점에 엄마 생신 선물을 사러 갔다.

엄마가 입기에 딱 어울릴 법한 예쁜 원피스를 발견해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가게 주인 말로는 마지막 한 장 남은 것이라고 한다.

이걸 꼭 사야겠는데, 아차! 상품권을 집에 놓고 왔다.

상품권을 가지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우선 예약을 걸어 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가게 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옷을 꼭 사고 싶어하는 손님이 있는데 혹시 양보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먼저 예약을 했잖아요!"

가게 주인 말로는 저 쪽 손님도 이 옷을 꼭 사고 싶어서 버틴다고 한다.

화가 나서 가게로 쫓아갔다. 카운터 앞에 이 옷을 사겠다고 버티는 그 여자가 서 있다.

"저기요! 이 옷은 제가 먼저 예약했거든요?" 라고 말하며 그 여자의 얼굴을 보는데,

이럴 수가! 여동생이다.

자매가 같은 옷을 보고 똑같이 '엄마 생신 선물로 정말 딱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 집 식구끼리 서로를 몰라보고 충돌이 일어났던 상황.

"용왕 묘에 홍수를 낸 상황"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한 남학생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남학생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둘이서 말다툼을 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주먹까지 오갔다.

결국 두 명 모두 경찰서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두 학생의 어머니들이 경찰서로 달려왔다.

'대체 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 어디 얼굴이나 좀 보자!'라며 경찰서로 들어섰는데,

세상에! 친한 친구의 아들이다!

아들끼리는 서로 알아보지 못해 싸움이 났지만, 엄마들끼리는 친한 친구 사이였던 것이다.


'한 집 식구'끼리 서로를 몰라보고 충돌이 일어난 상황.

역시 "용왕 묘에 홍수를 낸 상황"이다.


그림 출처: 두산백과 "용"


두 번째 예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한 집 식구'란 꼭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같은 편', '같은 소속',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단체', '공통점이 있는 사이' 모두 '한 집 식구'다.


이 헐후어를 쓰는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오해나 충돌이 생겼는데 상대가 누군지 알고 보니 "엥? 너였어?!?!(是你啊?!)"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

이다.


여기까지 설명하고 나면 이제 이 헐후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언급해야 할 차례다.

이 헐후어는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쓰는 헐후어다.

그 목적이란 바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헐후어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

'원래는 한 집 식구인데, 서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오해와 충돌이 벌어진 것'이라 했다.

이미 오해와 충돌이 벌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 한 집 식구잖아"
"서로 이해가 부족했던 것 뿐이야"
"잠시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뿐이야"

이렇게 말하며 갈등을 봉합하고 싶은 것이다.

갈등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 헐후어는 단순히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정리할 때, 제3자가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권할 때 등의 경우에도 쓸 수 있다.


"우리는 ~한 사이잖아!(공통점 및 인연 강조)
이렇게 싸우는 건 용왕 묘에 홍수를 내는 거야!
그만 싸우고 화해해(상황 정리 및 화해 권유)"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헐후어는 사용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니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






아직 중국어의 꽃 '헐후어(歇后語)'를 모르신다면?






표지 사진: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참고한 글: 尹斌庸,《歇後語101(漢英對照)》(윤빈용, <헐후어 101 (한영대조)>, 두산백과 "".

도움 말씀 주신 분: 염교 선생님(闫姣老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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