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미가 아니라 웃음으로 산다
실장님께서 한의원에 다녀오셨다.
며칠 전부터 느껴지던 난청 증상 때문에, 직원 동료의 추천으로 가까운 한의원을 찾으셨다.
처음 방문이라 기대와 걱정이 반씩 섞여 있었지만, 친절한 의사의 진료와 정성을 다한—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침 치료를 받고 다음 진료까지 예약하고 돌아오셨다.
사무실에 도착한 실장님은 침 치료 과정을 무용담처럼 들려주시다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미혼 남성 팀장에게 말씀하셨다.
“거기 꼭 가봐. 간호사가 친절하고 예뻐.”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침 치료 때문이 아니라 그거 때문에 밝아지신 거 아니에요?” 하고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했다.
그렇게 웃고 넘기려던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좋은 사람을 선택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나는 팀장님에게 말했다.
“팀장님, 다른 사람들 말이나 분위기에 휩쓸려서 선택하지 마세요.
결혼이든 연애든 결국 중요한 건 대화가 되는 사람이에요.
예쁘고 잘생긴 사람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의 결혼 생활이 떠올랐다.
남편과 나는 참 다르다.
남편은 낚시와 기계, 공구를 좋아하고, 나는 카페와 뮤지컬, 작은 소품들을 좋아한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유머 코드다.
예전에 유행했던 개그나 7080세대 특유의 말장난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자주 웃는다.
가끔 TV 속 장면을 따라 하면 남편은 “왜 이렇게 나무처럼 뚝딱거리냐”며 웃는다.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 된다.
이 부분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린아이들이 똥오줌 이야기만으로도 까르르 웃는 것처럼, 우리 부부도 때로는 유치한 농담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만약 서로의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고 발끈하거나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면, 웃음 대신 침묵이 흐르고 분위기는 금세 차가워졌을 것이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했지만, 돌아보니 우리는 이미 웃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같은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같은 타이밍에 웃을 수 있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만나 결혼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설렘은 익숙함으로 바뀌고, 그 익숙함이 때로는 거리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이 대화다.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는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은 결국 매일 쌓이는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직 미혼인 젊은 세대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 곁에는 결국
좋은 사람이 머물게 되어 있으니까.
우리 부부가 같은 타이밍에 웃을 수 있다는 건,
결국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하고 있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