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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Nov 02. 2021

엄마 아빠처럼 될까 봐 무서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해

부모는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단순히 자녀가 품에 있을 동안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집을 떠나 독립을 해도 어린 시절 배웠던 삶의 태도, 가치, 행동 패턴들은 일생을 두고 영향을 준다.  어린 시절의 가정은 인간의 일생의 "결정적 시기"가 되는 것과 동시에 세상을 배우는 첫 번째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학대받거나 부모의 불화를 지켜본 아이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고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된다. 이 잘못된 신념과 생각 때문에 아이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자녀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학대와 가정불화를 되풀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학대와 트라우마의 경험이 대물림이 된 것이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거나,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또는 부모의 불화를 지켜본 아이들은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자신도 아빠처럼 엄마처럼 될까 봐..이런 사람들 중에 어떤 부류는 아예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부류는 "절대로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라는 막연한 결심만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되풀이되는 대물림에 절망하거나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산다.



이런 대물림을 막으려면 사실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믿고 있고 알아 왔던 세상을 갈아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했던 어린 시절은 건강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건강하지 않은 사고를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시 건강한 경험과  교육으로 나의 마음과 생각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과정은 절대도 단순히 굳은 결심이나 한두 번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그 결심만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다. 사실 많은 중독 가정, 불륜, 학대가정에서의 자녀들이 다들 엄청난 결심은 한다.  "나는 절대로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 나는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리라." 그러나 정작 건강한 관계를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것인지에 대한 경험이나 교육이 전무한 그들은, 그런 갈등과 유혹의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대부분은 당황해하고 배운 데로 답습한다. 그리고 절망한다.  


더 나아가 교육을 받거나 방송을 통해서 무엇을 옳은지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자신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요즘 시대에 어떻게 먹고 운동을 해야 살을 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머리로만 알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못할 뿐인 것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육아와 가정, 인간관계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도 여전히  관계가 회복되거나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다들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 알겠는데 일상에서 실천하기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왜? 너무 어색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에게 새로운 습관을 들이고 해보지 않은 것을 실천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더 군다가 이런  습관의 변화는 한두 번의 노력으로는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결과를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그 어떤 습관을 고치는 것보다 어렵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본성과 습관을 거스르는 것이기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것만큼 힘이 들고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나의 배우자와 자녀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나를 힘들게 했던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는 그 결심은 너무 훌륭한 것이다. 다만 그 결심만으로는 그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알고 있고 믿어왔던 잘못된 신념이나 믿음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살면서 어려움과 갈등 가운데 있을 때 더 좋은 선택과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은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분명히 절대로 부모처럼 살지 않게끔 나를 보호하고 가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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