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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Nov 04. 2021

잘 가 언니

그곳에선 편안하길

벌써부터 그리운 언니


이젠 편한 거지? 언니가 그렇게 찾고 싶었던 평안을 주님 안에서 찾았길 바래.


언니가 그렇게 힘든 걸 알았다면

전화 한번 더 해줄걸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더 많이 만나줄걸..

고작 몇 번의 만남 몇 번의 통화로  내가 할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 과거의 내가 너무 한심해..

그냥 친한 동생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상담가로 좀 더 진지하게 언니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더라면

그랬다면 언니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로 오늘 하루를 꽉 채웠어.


피 한 방울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18년 넘게 같은 동네 살면서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운 우리는 특별한 인연이었지. 함께 쌓아온 인연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니가 임신하던 그 모습부터 그 아이가 17살 어여쁜 아가씨가 될 때까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이 있었지. 그 추억 속에 언니는 늘 당당하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언니라서 몇 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며 불안해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랬을 것 같야.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진 언니 모습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을 것이야.


그래도 그러지 말지. 진짜 그러지 말지. 그냥 힘들다고 소리치고 도와달라 울부짖지. 그랬다면 달라졌을 텐데. 언니가 그렇게 사랑하던 딸은 이제 엄마 없는 아이가 되었어. 아픈 와중에도 그렇게 걱정하던 언니 어머니는 딸을 잃은  부모가 되었어. 언니가 가면서 언니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이 되었어. 그런 선택을 했어 언니..


그래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힘들었건 거지? 그만큼 아팠던 거지? 몰라서 미안해. 그리고 더 신경 쓰지 못해서 너무너무 미안해.


이제 평안이 쉬길 바래. 언니가 그렇게 원하던 잠도 실컷 자고  그렇게  주님과 함께 다시 웃길 바래.


 나는  미국에서 맺은 몇 명 안 되는 나의 소중한 친구를 잃어서 한동안 슬퍼하며 또 많이 그리워하며 언니를 천천히 보낼래. 언니를 알던 사람들과 언니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언니를 그리워하고 기억할게.  언니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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