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rt therapist
Nov 06. 2021
자살..
심리학과 상담 공부를 하면서 너무 많이 공부하고 들어온 말이었다. 정신건강을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자살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담사로서 자살 징후, 예방, 그 후 치료에 대한 교육을 무수히 많이 받아 왔다. 그러나 나는 친한 언니를 며칠 전 자살로 떠나보냈다.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내 나름대로 그녀를 돕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자살 유가족들을 미국에서 " Suicidal Survivors"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일상이 서바이벌, 그야말로 생존이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가까운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에겐 그/그녀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나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 삶에 대한 허무감 그리고 왜 그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냐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서 서바이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가족 스스로 위축되고 좌절되고 절망하기 쉽다. 그래서 자살 유가족들의 자살률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나도 살 이유가 없다며...
나 또한 며칠 동안 멍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좀 더 노력했다면 언니를 지켜줄 수 있지 않았을까? 언니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 자책과 후회가 가장 컸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이 제일 많았다. 그래서 "왜! 왜! 그랬어? 좀만 더 참아보지"라는 원망이 쏟아지기도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자살은 정말 다르게 다가왔다.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도 당황스럽고 어이없지만 자살은 너무 달랐다. 죽음을 선택한 그녀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죽음이 100배는 더 가깝게 느껴졌고 그녀의 선택을 막지 못한 남은 자들은 모두 죄인이 되어 버렸다.
제 삼자인 나는 가끔 생각도 나고 그립기도 하고 후회도 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내 마음은 옅어질 것 같다. 원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하지만 남은 딸과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마음이 짙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두운 동굴을 지나가야 할 그 가족들에게 주변의 따뜻한 손길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들을 정말 이해하고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작은 촛불 같은 인연들이 그 어두운 동굴을 환히 비춰주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