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Jan 09. 2022

돈 보다 중요한 것

" 내가 지금 시간당 얼마를 버는데!"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작은 점포를 내시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시던 작은 공장을 인수하신 후에 우리 가정을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시키고 나서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다.

엄마가 설거지를 좀 해달라 부탁을 해도

오빠와 나의  학교 졸업식을 참석했을 때도

가족끼리 일 년에 한 번 있는 여행을 갈 때도 

그리고 미국에 시집온 우리 집에 20년 동안 고작 세 번 방문하신 것이 전부이신 아버지는

 몇 년 만에 보는 딸과 손주의 얼굴을 보러 오셔 놓고도 늘 그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 내가 시간당 얼마는 버는데 이러고 있다" 라며..


아버지에게 삶의 기준은 돈이셨고 당신보다 돈을 잘 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참 싫었다. 그러나 나 또한 아버지 돈으로 자랐고 누렸던 것들이 있기에 돈의 중요성을 반박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아버지처럼 나도 시간당 남들보다 더 벌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다 보니 돈보다 소중한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았다. 공기, 물, 따뜻한 햇빛, 친철, 배려, 웃음... 

아버지는 지금 아실까? 그때 돈 말고도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이제 돈 말고는 당신 곁에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친 아내의 하루를 설거지로 도와주는 남편의 마음은 그의 한 달 월급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남편들은 모른다. 기죽은 남편에게 따뜻한 격려와 포옹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되는 일임을 대부분의 아내들이 모른다. 매일 육아와 살림의 일상을 견뎌내는 아내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명품백보다 더 값어치 있다는 것과 어린 자녀와 함께 웃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은 그 시간이 지나면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돈을 벌고 계신다면 정말 큰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돈을 벌고 있다고 내가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배우자로서도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돈으로 채워주는 물질적 공급과 상대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것은 정서적 공급은 사실 다른 것이다. 


돈은 중요하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주니까. 하지만 돈은 다스려야 하는 존재이지 쫓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돈을 다스리지 못하고 좇아가기 시작하면, 정작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을 다 놓치고 난 후에 남은 돈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돈이 가장 의미 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니까.     


작가의 이전글 남은 자들의 고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