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Dec 03. 2021

평범함은 기적이었다

자살, 암, 심장마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소재들이 한 달 동안 내 주변에서 연달아 일어났다. 친한 언니를 자살로 떠나보내고 오래 알고 지낸 가족이 암 진단을 받고 2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동생이 남편의 심장마비로 하루 밤사이에 과부가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며칠 몇 주 간격으로 일어나고 운명이란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 나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미천한 존재라는 것만 실감했다.


정말 나쁜 일은 몰려온다고 했던가..  혹시 또 남은 불행이  내 주변 어디선가 터질까 봐 불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아니 이젠 정말 내 삶 속으로 까지 삐집고 들어올까 봐 두려움마저 들었다. 정말 더 이상은 아무 일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뿐이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던 이런 기막힌 일들이 한 발짝 내 일상을 파고들어 오니 모든 것이 달라지는 듯했다. 슬픔과 걱정과 불안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괜스레 짜증이 나고 괜스레 몸도 아팠다.  그래서 웃음이 끊이지 않던 우리 집에서도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울고 있는  엄마를 본 막내딸은 나를 토닥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 엄마 친구들은 왜 그렇게 빨리 죽었어?"라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삶과 죽음은 절대로 인간의 영역이 아니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나 불행은 여전히 쉽게 소화가 되지 않는 듯하다.


정말 불행은 마치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지옥이라는 드라마의 지옥사자 같았다. 이유도 없고 법칙도 없고 주변을 무자비하게 헤집어 놓았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고 피하고 싶지만 그럴 방도가 없다.  나에게 오지 않으면 다행일 뿐..


더 큰 행복 더  큰 성공을 위해 평범함을 무시하며 살다가  이런 큰 아픔과 슬픔을 만나야 깨닫는 것이 인간이지 싶다. 그저 평범했던 하루하루는 기적이었던 것을.. 그 기적을 기적답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