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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Dec 12. 2021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반가운 이유

스우파,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가 요즘 대세이다. 방송을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가수의 뒤에서 가수만을 빛내주던 댄서들이, 그녀들의 무대실력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튜브 짤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녀들의 개성과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몸으로 하는 것이라면 운동도 댄스도 아예 꿈도 꾸지 않는 나 같은 몸치가 보기엔 그녀들의 퍼포먼스는 저 세상 수준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우파가 제일 반가운 것은 이제 한국사회도 공부가 아니라 다른 것에도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자들에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공부 빼고 하는 모든 활동은 그저 " 쓸데없는 짓" 이였다. 나 또한 어릴 때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가, 미술은 머리에 든 게 없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포기한 적이 있다. 돈 쓰지 말고 조용히 시집이나 가라며..


 그렇게 예체능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매우 팽배했었다.  그러니 댄서나 가수는 아예 날라리 취급을 받기 일수였다.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하도 들어서 나도 그렇게 믿고 자랐다.  그러니 부모들은  댄서가 되겠다고 아이들을 뜯어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과 달리 직업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되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 사회에서 예체능의 재능은 무시와 천대를 심하게 받았다.


그러나 사실은 각자가 가진 재능이 다를 뿐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매일 몸이 부서져라 연습하고 또 동료와 후배들을 다독이며 함께 합을 맞추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은 머리가 좋지 않고 성실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성실해야 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리더십과 협동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보며 "날라리"라고 단정 지었던 것은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였다. 특별히 그녀들 모습을 보면서 리더십이나 협동심은 남자들의  영역이라고 은근히 주장하던 우리 문화에 큰 한방을 준 것 같아 통쾌하기도 했다.  


공부도 재능이다. 암기가 쉽고 호기심이 많고 글이나 숫자에 집중하는 것이 잘되는 아이들에게 유리한 것이 공부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한 반에 10-15%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수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 말고 다른 것에 재능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공부야 말로 누구나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을 가장 성실하게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부에 큰 재능이 없어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들도 잘할 수 있는 것이 공부이다.) 몸을 남들보다 잘 쓰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나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며 소통하며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예전엔 이 모든 재능들은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 세상에선 나 같은 아이들이나 스우파에 나왔던 멋있는 퍼포먼스를 하던 댄서들은 루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루저라 느끼며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 시대.. 그리고 우리 이전의 시대에 많은 댄서, 가수, 요리사, 건축가, 화가, 발레리나, 무용가, 디자이너, 체조선수, 작가, 개그맨,  제빵사들은 그냥 소리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우파는 이제 한국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여전히 부모의 반대와 시련이 있었고 생계를 걱정해야 할 때도 있지만, 꿋꿋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들이 행보는 분명히 공부 아닌 다른 것에 재능이 있고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각자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한걸음 또 움직여준 그녀들이 너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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