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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Dec 18. 2021

나를 만들어준 그들..

드디어 Licensed MFT가 되다

오늘 드디어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Clinical Written Exam을 합격함으로 8년간의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땅덩어리가 너무 큰 미국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국가고시보다 각 주마다 시행하는 State시험을 패스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시험을 패스해야 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주보다 모든 자격시험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3년 과정의 심리상담 대학원을 졸업해야 하고 3000시간 이상의 임상기간을 거치고 치료사 윤리와 법률 시험을 패스해야 한다. 그 과정을 공부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간다 해도 족히 6-7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라이센스 시험을 칠 기회가 주어지고 4시간짜리 임상시험을 패스해야 캘리포니아에서 인정하는 라이센스 결혼 가족 치료사가 될 수 있다.


아마 대학원을 가기 전에 나의 영어 수준으로 이렇게 힘들고 긴 훈련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아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원을 가서 토론하고 발표하고 논문을 쓰고 실습하는 모든 과정에서 내가 겁도 없이 시작한 이 길을 정말 많이 후회했었다. 그러나 도망가지 않고 그냥 버티고 견디었다.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언덕을 넘는 연습을 수도 없이 하고 좀 더 큰 산을 넘어보면서 그렇게 8년을 버텼다.


어제 시험공부를 하다 말고 남편에게 " 10년 전만 해도 나는 미국에서 내가 심리치료사가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 어쩌다 이러고 있지 ㅎㅎ" 라며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랬다. 한국 중고등학교 시절엔 일반동사와 be동사의 차이도 모를 만큼 영어를 포기하고 살았고, 대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그때부터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에 오고 나서는 낯가림도 심하고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미국 속에 있는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영어가 통 늘지 않았다. 그렇게 미국에서 생존 영어만 겨우겨우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그런 내가 지금 미국에서 치료사가 되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너무 신기하다.


지난 8년 동안 나 스스로 영어울렁증을 극복하고 공부를 성실하게 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애 셋 달린 아줌마가 단순한 개인적인 열정과 노력만으로 이루어내기 불가능한 일이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 줄도 모르고 덥석 마누라의 꿈을 응원해 주며 주말마다  마누라 공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비워준 남편의 희생이 있었고, 무슨 공부하는지도 모르는 며느리의 공부를 도와주시겠다며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살림을 도와주신 시부모님의 헌신이 있었다. 그리고 맨날 공부하느라 바쁜 엄마를 이해해 주고 기다려준 아이들의 인내심 또한 있었다. 그리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를 포기하지 않게 끊임없이 격려해 준 주변 친구들 덕분이었다.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세월 동안 그 누구 하나 크게 아프지 않고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기적이 우리 가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퍼즐중에 하나라도 없었다면 나는 이 길을 마치지 못했을 것 이다.이 행운과 희생과 배려와 격려에 비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한국 아줌마의 영어극복 고군분투는 정말 보잘것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가 나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의 배려와 헌신 때문이었다.


내가 8년 만에 라이센스 치료사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나의 노력과 열심이 아니다. 나의 꿈을 위해 나를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배려해준 그들 덕분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만큼의 행운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기쁨을 나누고 싶다. 모두 당신들 덕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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