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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Place, 안전지대가 있나요?

by 원정미

미국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정서교육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에게 감정교육, 공감능력, 그리고 감정조절 능력을 같이 가르친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 왕따 예방교육도 의무로 하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보통 초등학교 수준의 정서교육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사람들에겐 여러 가지 감정이 있고 그것을 구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슬픈 것과 화나는 것은 다르다는 것, 그래서 화나고 슬플 때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도 함께 가르치곤 한다.

그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What is your safe/calm place?이다. 아마 한국말로는 당신의 조용한/안전한 장소는 어디입니까? 가 될 것 같다.


Safe place를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마음이 힘들고 지치거나 복잡할 때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마음이 무겁거나 화가 많이 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미국에선 모든 학년에 이런 관련된 활동을 한다. 아이들이 어디 가서 마음을 진정시킬지 가르쳐 주는 것이다.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막내딸의 일기의 주제가 “ What is your safe place?”였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은 Safe place를 물리적으로 집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쯤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 “ under the table (식탁 밑)”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내가 “ safe place는 네가 힘들거나 슬프거나 화날 때 어디 가면 젤 좋아? 마음이 편해?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물었더니 “ 엄마 배 만질 때!”라고 했다. 그랬다. 사실 막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내 똥배를 만지작거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는 당연히 나에게 와서 주저리주저리 억울한 이야기를 한참 하고 간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 그럼 너의 safe place는 Mommy’s tummy (엄마 배)라고 써야지” 그랬더니 “ 그건 너무 창피하니까 그냥 Mommy’s arms(엄마 팔)이라고 쓸래”라고 했다. 심리적 안전지대는 이렇게 내 감정을 털어놓고 다스릴 수 있는 공간이다.


여러분의 safe place는 무엇인가? 만약에 이 질문에 금방 답을 할 수 있다면 너무 다행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힘을 얹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금방 답하기 어렵거나, 만약 술이나 게임, 단 음식 등만 생각난다면, 지금 심리적으로 많이 외롭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술이나 게임 단 음식들은 건강한 safe place가 되지 못한다. 이것들은 자꾸 하다 보면 우리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결과, 중독, 비만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고 이런 결과로 또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신의 안전지대가 될만한 곳이 불분명하다면,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아 언제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safe place 야 말로 자기 이해 지능과 연결되어 있고,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을 행복하게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afe place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있수록 스트레스 조절 능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높아진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요리할 때 한 가지 재료만 가지고 요리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재료가 있으면 음식 맛이 더 풍성해지듯이 스트레스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약이 많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자신만의 안전지대가 가지는 것이 살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를 만날 때도 있고 또 실수와 실패를 경험할 때도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의 안전지대에서 쉼을 얹고 에너지를 충전하여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Safe Place가 있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 된다.


사람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서 에너지를 얻고 위로를 얻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자나 자녀, 사랑하는 친구에 세 Safe place가 되어 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무엇보다 "안전하고 믿을 만한 사람" 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오늘 나의 safe place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보는 하루가 되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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