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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왜 자꾸 부모를 탓할까?

by 원정미

"여기서 엄마아빠 이야기가 왜 나와요?"

"이 문제는 우리 부모님이랑 상관이 없는데요?"

"애 문제 인데 왜 내 부모님을 물어봐요?


많은 사람들이 상담하거나 정신질환같은 문제를 다룰때 부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상히 생각한다. 더 나아가 불쾌해 한다. 지금 나의 문제는 이미 성인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거나 자녀혹은 배우자 문제인데 왜 20-30년도 더 지난 부모의 양육태도를 언급하며 왜 그들을 탓하는지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래서 심리학이나 상담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발달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심리학이나 상담에서 부모나 어린시절의 환경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부모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절대로 홀로 자랄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 존재이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 부모밑에서 자랐기에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하고 쌀과 김치를 주식으로 먹고 자랐다. 그러나 만약 내가 태어나자마자 한국인이 하나도 없는 미국의 서양인 부모에게 입양되었다면 나 스스로 한국말을 하고 한국 음식을 주식으로 삼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대신 나는 영어가 나의 모국어가 되었을 것이고 샐러드와 파스타 샌드위치를 주로 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문화와 부모의 양육태도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생물학적 조건은 같아도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천차만별이 된다.


인간은 환경에 기반을 두고 성격과 성품 그리고 인격이 형성된다. 물론 타고난 재능, 기질, 예민함등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입히고 교육시키고 성장 시킬 수없다. 아무리 천재적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말을 시키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면 언어는 배울수 없다. 누군가 그 아이를 돌보아 주고 가르쳐주어야 인간은 자랄 수 있다. 그런 부모의 양육태도와 삶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흡수된다. 말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등등 기본적인 사회화는 거의 부모에게서 배운다. 왜냐하면 어린아이는 부모나 어른에게 의지하며 자랄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보내는 세월이 거의 10년이 넘는다. 그러니 아이는 당연히 부모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주양육자에 따라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형성되어 간다. 그리고 후에 자신이 만든 경험과 지식으로 그 틀이 확장되거나 고착된다.


그러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은 나를 알기 위해 반드시 어린시절의 부모와의 관계와 부모의 양육태도를 확인해야 한다. 그것은 부모를 탓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함이고 나를 도와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는 정말 "부모 탓" 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 부모 덕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담에서 부모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 가해자 혹은 원인 제공자" 를 찾아서 그를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물이 새는 구멍을 찾아서 구멍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물이 어디서 새는지를 알기 위해 우리는 어린시절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의 목적은 더이상 그 물이 새지 않게 막기 위함이지 물을 새게 많는 범인을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학대를 하고 정말 인격이 모난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부모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건 인간 자체가 모순덩어리에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도 의도하지 않았으나 알게 모르게 자녀에게 실수하거나 상처를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실수와 잘못을 원망하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미성숙함이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때 연약하고 무섭고 두려웠던 아이를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기 위함이다. 그래야 상처가 회복되고 평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이 병은 나의 불안한 기질을 이해하지 못한 부모님의 양육태도 인한 것이 컸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나의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키운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아팠고 불신의 병이 생겼다. 이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나는 왜 불신이 생겼는지 알아야 했고 그것을 알기 위해 어린시절을 돌아볼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나의 불신의 틀이 생긴 시작점이였고 그 곳을 수리해야 회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절대로 범죄드라마에서 나오는 범인이나 가해자 찾기가 아니다. 오히려 고장난 보일러를 고치고 오래된 인테리어를 보수하는 것과 같다. 집수리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좀더 살기 좋게 바꾸기 위함이다. 이처럼 상담은 내 삶에 일어나는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선택과 방법이 있다는 것을 새로 배우는 것이지 부모를 원망하고 탓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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