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다

by 원정미

세상이 보이는 사랑은 참으로 조건적이다. "네가 000해야 내 아들이다. 당신이 0000 정도는 해줘야 나를 사랑하는 거 아냐? 이런 것도 못하면서 무슨 사랑받기를 바라냐?"라는 시선들이 참 많다. 한마디로 사랑받을만 해야 사랑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의연 중에 그런 잣대를 가지고 나를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악인이라도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이런 사랑이 흔히 말하는 " 빠지는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빠지는 사랑"이 사랑의 전부라 착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랑의 아주 많은 속성 중에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더 깊고 성숙하고 위대한 사랑은 "지속하는 사랑"이고 "지켜나가는 사랑"이다. 사랑받을 만하던 그렇지 못하던지 간에. 그래서 사랑의 다른 모습은 약속이고 선택이다. 어떠한 상황이던지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하겠노라고 선택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결혼식 때 " 약할 때나 강할 때나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겠노라"라고 분명히 약속해 놓고 결혼생활 중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하고 떠난다. 사랑에 대한 철저한 오해와 착각 때문이다.


사랑은 조건이 아닌 선택이고 책임이고 약속이다. 그러니 조건적인 사랑은 사실 이미 사랑이 아닌 것이다. 사람은 이미 존재만으로 사랑받을 만하다. 건강하던 건강하지 못하던, 예쁘던지 못생겼던지, 성공했든 실패했던 그것은 그냥 내가 처한 상황인 것이지 내가 사랑받을 만 한지 그렇지 못한 지의 조건이 되면 안 된다. 사랑은 어떤 일의 대가로 베푸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너무 많은 "적어도 000 해야지, 네가 000 하면.."이라는 조건부 사랑에 길들여져 왔다. 심지어 부모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세상이 나의 스펙이나 조건을 가지고 판단한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판단하고 취급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너무 위험한 것이다.


세상에 유일무이 한 것은 모두 소중하고 귀하게 다룬다. 똑같은 신발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붙으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사고파는 물건도 한정판이 되면 귀한 물건이 되는데 사람은 물건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것 자체가 매우 신비롭고 기적적인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것이고 또한 우리 안에는 무궁무진한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존중받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건적인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종과 쾌락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사랑의 가장 큰 속성은 성장이고 성숙을 돕는 행위이다. 그래서 사랑은 어쩌면 인내이고, 책임이고, 관심이고 배려이다. 지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는 행위이다. 지금 현재 모습은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언제 가는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믿고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하고 돕는 행위가 사랑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수없이 많은 실수와 실패를 하고 미성숙한 행동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주는 모든 행위가 사실 사랑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자기 사랑이다. 지금의 현재 모습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또 때로는 실수하고 실패를 반복해서 한없이 초라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를 존중하고 믿어주고 나를 격려해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가 나를 조건적으로 사랑해도 사회가 나를 조건적으로 판단해도 자신만은 스스로에게 그런 잣대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조건적으로 사랑하지 않기로 결단하고 연습해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것이 먼저이다. 나는 그냥 나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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