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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Feb 23. 2022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나는 이민자이다. 미국에 이민 온 지가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이민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직업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당연히 언어이다. 이민을 간 나라의 언어를 모름으로 인해 일어나는 수만 가지 불편함들을 스스로 경험하기도 했고 그런 주변인들을 지켜보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나라에서 영어를 모른다는 것은 장애를 가지는 것 만큼 핸디캡이 생긴다. 일단 자신이 사는 생활권 안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한국식당, 한국 마켓, 한국 미용실, 한국 카센터, 한국병원 등등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을 다녀야 하고 그래서 선택권도 당연히 많이 없다.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야 한다. 그나마 생활영어 정도를 할 수 있다면 조금 넓어지기도 하지만 그 수준으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반드시 영어로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세금이나 법적 문제, 관공서 문제, 주택문제, 병원 진료, 아이들 학교 문제 등등 한국말로 할 수 없는 곳도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 봉착될 때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가 능숙한 자녀나 지인들이 도와주지만 그래도 사실 서로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도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생활 언어와 생존 언어만 하던 사람이었다. 해야 한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할 수는 있지만 능숙하지 못해서 웬만하면 피하고 살았었다. 특별히 관공서나 병원, 보험 관련 등 어려운 영어를 써야 할 때면 무척 괴롭고 힘들었다. 그래서 늘 남편에게 떠 넘기곤 했다. 그러니 미국에 살아도 미국 사람들이 전혀 편하지 않았다. 제발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 동안 상담 공부를 하고 학교에서 상담사로 일을 하게 되면서 이제야 나의 말문이 온전히 트이기 시작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미국 사람들과 영어로만 말하고 읽고 쓰는 상황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지금도 완벽한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내 생활 반경이 무척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것이 언어의 힘이었다.


사실 언어라는 것이 단순히 말을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디지털 언어, 컴퓨터 언어가 생겼다. 이 디지털 언어를 모르면 앞으로 사는 세상이 점점 더 어렵고 불편해질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모두 이 디지털 언어를 익히기게 혈안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들은 디지털 세상의 언어를 모르면 그야말로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나아가 집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분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언어를 배운다. 그래야 제대로 그들을 잘 돌보아 주고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남자와 여자의 언어가 다르고 아이들의 언어가 다르다. 분명 같은 나라 말을 사용함에도 모두 다르게 해석한다. 내가 만나본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아이들은 얼굴로, 행동으로 태도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도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만 있어도 관계는 훨씬 좋아진다. 상대의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미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관계이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니 억울할 일도 많고 오해도 많이 생기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로 간의 언어는 영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빨리 배우면 배울수록 서로에게 득이 된다.


미국에서 평생 살기로 했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미래세상을 위해선 디지털 언어도 배워야 한다. 강아지를 키운다면 강아지의 언어를 아는 것이 애견인의 시작이다.  사실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모든 것은 후에 나를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할 것이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사는 배우자와 자녀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후에 가족 안에 건강하고 행복한 소통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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