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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관계 회복이 힘들까?

by 원정미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을 하다 보면 주된 고민은 관계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민되는 관계는 배우자, 자녀 그리고 부모님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의 갈등이었다. 이런 반복적이고 공통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들은 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전문가를 찾지 않을까? 였다. 요즘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이고 무엇을 하나 배우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를 찾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줄넘기를 가르치는 것도 학원을 보내 배우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제대로 빨리" 배우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마음이지 싶었다. 그러나 사실 관계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어렵고 힘들어도 전문가를 찾아가서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서로 간의 갈등과 상처를 반복하면서 정말 끝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인간관계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배우고 훈련하면 충분히 달라지고 좋아질 수 있는데도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이 너무 의아했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내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았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하고 좋은 관계의 경험이 적기 때문인 듯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관계나 혹은 더 비참한 관계를 견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 원래 부부 사이나 부모 사이라는 것이 그런가 보다 하며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비교가 습관이 된 우리 문화에서 다른 건 남들이 하는 것만큼이라도 하고 살고 싶어서 그렇게 용을 쓰면서도 관계 문제에선 그렇지 않을 것을 보면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다지 행복하거나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없어서 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더 나아가 책도 보고 강의도 듣고 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들은 상담해도 소용없더라, 강의 들어도 그때뿐이더라 하는 사람들이 였다. 그들은 전문가를 찾거나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어도 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관계는 스스로 오랜 시간 노력하고 헌신해야 관계는 개선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 다지 자신이 먼저 노력하고 헌신하고 싶은 사람이 적었다. 관계 회복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안 하던 행동을 하고 서로를 향하던 부정적인 언어 패턴을 고치고 서로를 인내를 가지고 참아주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큼 노력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사실 관계 회복이나 개선은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것 같고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지식으로 들을 때는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상 매일매일에서 실천하려고 하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고 지루한 과정이다. 그래서 대부분 포기한다.


인간관계 특히 가족 내에서의 소통이 되는 관계는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을 파는 기초작업과 튼튼한 기둥이 있어야 하고 지붕도 얹고 벽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오롯이 함께 하는 사람과 해야 하기에 절대로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의 힘을 모아 함께 튼튼히 지어가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집은 세상의 세찬 비바람과 춥고 더운 날씨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한 보금자리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함께 땅을 파서 기초를 세우고 기둥을 만들고 벽돌을 쌓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대강대강 얼기설기 만들어놓고 쉬고 싶어 한다. 이렇게 만든 집에서 절대로 아늑하고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한다. 언제 무너질지 불안하고 언제 비바람이 칠까 염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러져 가는 집은 붙잡고 있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집을 떠나는 것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가정들이 너무 많았다. 그 이유는 어쩌면 한 번도 살면서 제대로 된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만약 지금의 집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아는 사람들은 분명 고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집을 짓듯이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고 물을 끌어올리고 전기선을 들이고 이 모든 것을 상대와 상의해서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때론 집 짓는 것이 뜻대로 안 되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러면 좀 더 안전하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꾸준히 노력하고 애를 써야 건강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함께 만들어 가다 보면 서로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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