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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r 28. 2022

미국에 살아서 쫌 억울한 것 #2

학교급식

미국에 살면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학교 급식이다. 나도 학교급식 세대가 아니어서 엄마가 매일 도시락을 싸주셨다. 특별히 나와 오빠가 동시에 고등학교를 다닌시절은 아침과 야간 자율학습 도시락을 각각 2개씩 싸느라 식탁 위엔 4개의 보온도시락이 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사실 그렇게 도시락을 싸는 엄마가 얼마나 힘드실지 생각지 못했다. 내가 아이들 도시락을 3개 쌀 때까지는...


사실 지금은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내는 코로나 덕분에 (?) 학교에서 주는 무료 점심을 먹어서 둘째 아들 도시락 하나만 싸는 중이지만 막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침에 도시락을 3개씩 싸던 시절이 있다. 미국도 급식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매번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고 사실 음식을 질이 너무 떨어진다. 나 같으면 절대로 돈을 내고 먹고 싶지 않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집에서 거의 한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매번 점심에 식어빠진 피자나,  샌드위치 그리고 아주 짠 튀긴 치킨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먹어야 하니 고작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심시간을 아이들은 그렇게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 점심을 집에서 가져가고 싶어 했다. 당연히 설거지도 많이 나오고 점심메뉴도 고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이 싸갈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정해 있었다. 너무 냄새나는 한국반찬은 싸줄 수가 없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볶음밥, 파스타, 샌드위치, 치킨 너겟 그리고 밥과 햄 그리고 김 등등 뿐이었다. 그러나 어떤 놈은 이것 싫다. 또 다른 놈은 저것 싫다며 투정을 부리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 아침은 정말 뚜껑이 절로 열리고. " 그냥 가지고 가!"라는 호통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내 호통에 어쩔 수 없이 퉁명스럽게 가지곤 아이는 꼭 안 먹고 그대로 가지고 오곤 했다. 그럴 땐 또 아이 점심을 굶긴 게 미안해서 그리고 그렇게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항상 후회했다. 그래서 되도록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싸주려고 하다 보니 어떤 날은 3가지 음식을 싸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늘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다가오는 시간엔 아이들 점심메뉴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친정엄마는 항상 " 한국에 있었으면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요즘 여기는 아이들 급식이 얼마나 잘 나오는데. 너는 미국에 가서 오히려 고생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코로나 격리 때 한국에선 집에서 아이들 밥 챙겨주는  일이 힘들었다고 엄마들이 토로했지만 나는 오히려 아침에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되래 더 편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먹는 거라면 어디 가서도 뒤지지 않을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점심시간은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에 살아서 맛있고 건강한 한식과 다양한 음식을 매일 바꿔가며 먹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지 못한 아이들이 좀 아쉽다. 그리고  도시락을 12년째 꾸준히 만들었지만 아직도 한 10년을 더 싸야 하는 내 신세가 쫌 억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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