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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pr 18. 2022

Mark Rothko, 마크 로코 이야기


Mark Rothko, 지금 현대 미술 작품 중에 가장 비싸게 팔리는 그림 중 하나이고 대중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카피본은 호텔, 식당 등에 정말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작가를 알기 전부터 이 사람의 그림을 볼 때마다 참 성품이 온화하고 차분하고 평화로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의 대부분의 그림은 투톤이나 쓰리톤의 비슷한 디자인의 추상작품이었다. 그의 강렬한 색감과 심플한 디자인에서 때로는 태양을.. 때로는 바다를.. 때로는 숲을 연상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왠지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평화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미술 치료사로서의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은 내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야 말로 무의식적 행위가 많아서 본심을 숨기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 대학을 다니던 시절,  나의 그림을 보고 교수가 한 말이 있다. 반에서 가장 조용한 내가 그림의  에너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의 외면과 그림이 맞지 않는다고. 나는 그 말에 뜨끔했다. 미술 수업시간엔 영어도 못하고 불안이 높아 조용한 학생으로 있었지만 사실 그때 나는 그때 마음이 참 복잡하고 힘들었다. 아마 그것이 그림으로  표현된 듯했다. 그래서 그림 치료가 언어가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들과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자주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마크 로코의 삶은 완전 내게 충격이었다. 엄청난 열등감과 경쟁심,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완벽주의로 자신과 주변을 너무 의식하고 경쟁하고. 의심했다. 이미 살아 있을 동안에도 미술계에서 칭찬과 인정이 자자했지만 믿지 못했다. 그 누구도.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노심초사하여 누구와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담배와 술, 약에 의존하다 결국에 자신의 손목을 베는 것으로 끝내버린 자신의 성공이었다.

(아마 그가 자살했기에 그의 작품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그것만이 자신의 작품을 최고로 인정받는 마지막 일이라 여겼던 듯하다. 그의 병적 성품을 미루어 보건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


많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삶이 비참하게 끝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내게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 이유는 그의 성품과 작품이 일치하지 않는데서 오는 괴리감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인격과 재능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이 있었다.

피가소의 그림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엉뚱하고 열정과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유명한 뭉크의 그림을 보면 얼마나 그가 공포와 슬픔 가운데 산 사람이라는 것을 단변에 알 수 있고..
고흐의 그림에서도 그가 사물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작가의 그림에선 나는 완벽주의도 경쟁심도 열등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든 한 가지 생각은 어쩌면 그는 한 번도 자신 있는 그대로, 원래의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인정받아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러시아 이민자의 삶으로 화가가 되기 전 여러 다른 직업들을 전전했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함으로 남을 이기고 성공하는 것 만이 자신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도 남들의 인정과 세상의 성공이라는 그 틀을 벗어버리지 못한 채 전혀 평화롭거나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토록 그가 원한 건 그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그런

안정과 평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면의 안정을 죽음으로 찾으려고 한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작가의 스토리를 알고 나서 그의 그림을 볼때마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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