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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y 09. 2022

마더스 데이

누군가에겐 행복하고 누군가에겐 아픈 날

오늘은 미국 시간으로 마더스 데이 (Mother's day)였다. 한국은 어버이날이라 부모님 두 분에게  함께 감사를 표현하지만 미국은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한 달 간격으로 다르다. 그리고 당연히 마더스 데이가 훨씬 더 성대하게 치른다. 그건 아마도 모든 세계나라에서 아이들이  아빠보다 엄마를 먼저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무튼 세 아이의 엄마인 나도 이날이 되면 여러 선물을 많이 받는다. 아이들이 어릴 땐 학교에서 만든 각종 카드와 액자 등등을 받았고 아이가 좀 크니 아침을 차려주기도 했고 꽃다발을 갖다 주기도 했다. 매년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기특하고 기쁜 날이다. 특별히 오늘은 아침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알고 지낸 청년이 마더즈 데이라 찾아온 것이다.


 한 9-10년 전 한 봉사단체에서 만난 청년과 함께 집에서 함께 산 적이 있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 이혼하시고 이모를 따라 미국에 온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반강제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혈혈단신 혼자가 된 청년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열심히 살았다. 혼자 생활비도 벌고 그 와중에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생활비를 좀 줄여주고자 그때 우리 집 빈방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막내를 임신하고 시부모님과 합가를 하는 바람에 한 9-10개월 정도밖에 같이 있지 못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는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안부를 묻는 사이밖에 되지 못했다. 나는 막내를 낳고 대학원을 다니느라 너무 바빴고, 그 아이도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그 아이가 내가 하는 블로그를 보고 다시 연락이 닿아 서로 다시 연락이 되었다. 혼자 벌어서 생활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느라  졸업이 훨씬 늦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코로나 때문에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남편이 일하는 곳에 직장이 될 때까지 잠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구해 떠났다.

  

그런 그녀가 오늘 마더즈 데이라며 꽃다발을 가지고 왔다. 나와 남편과의 인연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며 너무 감사하다고 깨알같이 적힌 편지와 함께. 당연히 그녀의 꽃다발과 편지는 너무 감동이었고 기뻤다. 그러나 마더스데이에 나를 찾아온 그녀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나는 절대로 엄마만큼 그녀를 살뜰히 챙겨주지 못했다. 그냥 가끔 안부만 주고받았을 뿐이고 그녀가 혼자 고민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몇번의 호의와 친절이 그렇게 그녀에게  소중했을 만큼 그녀는 혼자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마더즈 데이에 나를 찾아온 그녀를 보면서 미국에서 밸런타인데이만큼이나 성대하게 광고를 하고 떠들어대는 마더즈 데이가 누군가에겐 참 아픈 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날에 갈 곳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언니의 딸도 분명 오늘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조부모나 친척집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도 그럴 것이고, 보호 종료가 끝나서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떠난 청년들에게도 그럴 것이고, 무슨 이유에서든 부모와 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오늘이 너무 아프고 괴로운 날이 아닐까 싶었다.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도 마더스데이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할 때가 있었다. 특별히 어떤 아이들에겐 너무도 힘들고 아픈 날이라 미리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곤 했다. 그 나이에  누구나 다 있는 엄마가 나에게 없다는 것만큼 아이들을 슬프게 하는 없으니까.


그 모든 아이들과 사람들이 오늘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성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없는 것은 너희 잘못이 아니고 너희들은 이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그러니 엄마가 없는 것으로 주눅 들지 말라고.  그렇게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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